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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회계 평가 업무 기준을 위반했다”며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A씨 등을 고발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 배당돼 공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4월 고발한 데 이어,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6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위반 혐의로도 추가 고발했다. 다만 검찰은 이를 각하하고 지난달에야 딜로이트안진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교보생명 측 대리인은 고발장에서 회계사들이 감정평가사가 아님에도 감정 평가를 한 것이 감정평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출한 풋옵션 공정 시장 가치 자체가 유가증권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한 감정 평가라고 본 것이다.
교보생명 측은 “상장법인은 공개돼 있는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가치 평가가 가능하지만 비상장(법인)의 경우 재산평가돼야 회사 가치가 산정되며 회계사가 장부만 갖고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며 “회계사가 할 수 없는 업무를 한 것으로 법원 판단을 받아 봐야 하지만 통상적으로 최초 고발한 것만 기소하고 있어 각하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이 고발을 취하하며 각하 처분했기 때문에 검찰은 감정평가법 위반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측은 또 “감정평가법에 따르면 유가증권의 경제적인 가치를 판정해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감정 평가를 업으로 행할 수 있는 자는 감정평가업자로 제한되며, 감정평가사가 아니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공인회계사법에 이 같은 가치 평가를 하는 업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인회계사법 2조에 따르면 공인회계사는 회계에 관한 감사·감정 및 세무대리 등을 하게 돼 있다.
회계사의 감정평가업에 대한 법원 판례도 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공인회계사가 토지에 대한 감정 평가를 한 사건에 대해 “회계에 관한 감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인회계사와 감정평가사의 업무가 명확하게 나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이 같은 갈등이 공인회계사와 감정평가사 간 영역 다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중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해관계 조정이 무수히 많은 영역으로, 공인회계사법과 감정평가법이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법령 간의 우열 관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며 “비상장법인의 감정 평가는 공인회계사법 법 조항 해석에 따라 공인회계사도 가능하며, 판례 하나로 영역이 결정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 영역의 소관 부처도 각각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로 다르기 때문에, 협의가 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