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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나타나 전국 곳곳을 점령했던 대왕 카스테라. 하지만 그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음식 고발 프로그램에서 대왕 카스테라에 다량의 식용유가 들어간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과도한 양의 식용유가 들어가 일반 카스테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방이 검출됐다며 ‘건강하지 않은 먹거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놀란 일부 소비자들은 여러 대왕 카스테라 업체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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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방송이 과장됐음을 지적했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논란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제빵에선 쇼트닝과 식용유를 오랜 기간 원래 써 왔다.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라며 “제빵 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으로 방송을 만들면 소비자들을 매우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버터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동물성 포화지방이고 식용유는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이다. 식품에는 특성이 있지 선악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유행이다. 탄수화물 위주의 카스테라와 지방이 보충된 카스테라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식용유 덕분에 식감이 부드러워졌으면 좋은 것이고, 맛있다고 더 먹었으면 나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애초 논란을 자초한 고발 프로그램은 결국 전문가 의견이 포함된 후속 방송을 내보내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후 전국 곳곳에 자리 잡았던 가게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다. 여기에는 카스테라 창업의 진입 장벽이 낮았다는 점과 짧은 시간 동안 난립한 프랜차이즈, 주재료인 달걀값의 폭등 역시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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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대사가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논란 이후 2022년 현재 대왕 카스테라 가게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 근황을 알아보러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인근의 가게를 직접 찾았다.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간 가게에선 입구부터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 마침 카스테라가 오븐에서 막 나오려던 참이었다. 계산대 뒤로 깔끔한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투명한 냉장고에 말끔히 정리해둔 달걀과 크림 등 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오리지널 카스테라부터 생크림, 녹차, 초콜릿, 치즈 등 다양한 맛을 선택할 수 있었다. 메뉴판 밑으로는 ‘100% 우리쌀 카스테라, 100% 유기농밀 카스테라 신메뉴 출시’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주문한 카스테라는 생크림 카스테라다. 가격은 1만2000원. 갓구운 카스테라에 우유크림을 가득 넣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크기를 재보니 가로 13㎝, 세로 19㎝, 높이는 7㎝였다.
적당히 먹을 만큼 잘라 한입 먹어보니 포근하고 보드라운 식감이 제일 먼저 입안을 감쌌다. 빵 자체로도 퍽퍽한 느낌은 없었다. 우유크림은 꾸덕하기 보다 물기가 있어 빵을 더욱 촉촉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달지 않았고 논란이 일었을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미끄덩’한 식감은 전혀 없었다.
한쪽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맛보는 사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30분 동안 5팀이 다녀갔다. 손님들은 주로 포장을 했고, 전화 등을 통해 미리 주문을 넣은 이들도 있었다. 중년의 남성 사장은 쉴 새 없이 카스테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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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장은 반짝 유행했던 시기를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업계 역사에 남을 정도로 최단기간 전국에 3500여 개의 가게가 생겼다”라며 “2016년 12월 남편의 퇴직금 1억 원으로 가게를 차리며 대왕 카스테라 업계에 발을 들이밀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지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카스테라를 먹어본 사람들이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동네에 입소문을 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 덕에 부부의 가게는 오픈 첫날부터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장은 “당시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있어 달걀값이 심할 땐 1만2000원 수준이었다. 달걀값이 비싸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일했다”라며 “가게 문을 연 지 3개월가량이 지났을 때 고발 방송이 나왔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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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업용 기름을 넣은 것도 아니고 모든 가게에서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닌데, 방송 이후 손님들 발길은 뚝 끊겼고 지나가는 몇몇은 가게 앞에서 손가락질을 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죄지은 것도 아닌데 대왕 카스테라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죄인이 되는 기분이었다”라며 “가게를 한다는 사실 자체로 창피함을 느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땐 서울의 각 구마다 대왕 카스테라 가게를 만들어보자는 당찬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방송 이후 논란이 터지자 본사를 비난하는 기사가 이어졌다고 했다. 사장은 “그해 5월 본사가 먼저 문을 닫았다”라며 “그렇게 퇴직금을 날리고 월세 400만원, 관리비 40~50만원씩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여 가게를 유지하고자 투잡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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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하던가. 장사가 안됐기에 오히려 시간이 많아진 부부는 새로운 메뉴 개발에 나섰다. 대만이 원조인 대왕 카스테라는 기존 레시피대로라면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 식용유가 500㎖에서 700㎖까지 들어갔지만, 그 점이 문제가 될까 식용유 양을 천천히 줄여봤다고 했다.
그는 “식용유 양을 10, 20, 100, 200㎖ 줄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카스테라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라며 “설탕을 줄이고 무항생제 달걀을 넣어 만드는 등 건강한 카스테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철저한 시장 분석도 했는데 손님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카스테라를 분석해 맛을 연구했다. 최근에는 100% 쌀가루를 이용한 쌀 카스테라를 출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랬더니 몇몇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라며 “단골손님들은 카스테라를 먹고 뒤탈이 없고 담백해 맛있다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후엔 영화 ‘기생충’에서 카스테라가 언급되면서 단골손님 외에도 찾아오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났다고 했다. 또 몇 차례 공중파 방송사에서 ‘추억의 맛’을 전하기 위해 연락이 왔었다며 2020년도에는 한 유튜버가 먹방(먹는 방송)을 하면서 소위 ‘대박’이 터졌다고 말했다. 전국에 택배 주문이 이어졌고 덕분에 코로나19가 터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장은 “고발 방송이 없었어도 3500여 개의 가게가 지금까지 성황리에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그렇게 생각하니 억울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은 본사도, 업주도, 소비자들도 모두가 피해자”라며 “내 가게이니 실패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패를 경험한 뒤 더욱 단단해졌다는 사장은 최근 들어 가게로 분점을 내달라고 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정중히 거절의사를 전했다는 사장은 앞으로도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한자리에서 맛있는 카스테라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했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