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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로드]악취보다 무서운 오염…`수르스트뢰밍`<10>

전재욱 기자I 2020.10.03 10:40:00

16세기부터 발효 보존음식으로 식량 활용
`썩은 선거제도`에 빗댈 만큼 심한 악취
냄새 탓에 대중화 거리 멀어졌다지만
정작 발트海 오염 문제 불거지며 멀리하는 상황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수르스트뢰밍(사진:위키피디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홍콩 정치인 벤터스 라우(Ventus Lau)는 2018년 보궐 선거에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민주화 운동 경력이 문제가 됐다. 그는 항의 차원에서 선거 사무를 관장하는 관공서를 찾아가 수르스트뢰밍(Surstromming) 캔을 열었다. 썩은내가 진동했다. “홍콩 시민이 썩은 선거 제도에 노출돼 있는 걸 알리려”고 한 퍼포먼스였다고 그는 말했다. 법원은 그의 피선거권을 복권시켰다.

수르스트뢰밍의 악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스웨덴어로 시큼한(Sur) 맛이 나는 청어(stromming) 수르스트뢰밍은 16세기부터 즐기기 시작했다. 염도가 옅은 소금물에 담궈 발효해 만든다. 삭힌 맛이 나는 대신에 보존 기간이 길어진다. 청어는 발트해(海)에서 흔한 생선이라 재료로 쓰였다. 저장 음식으로 거듭나면서 스웨덴이 북대서양으로 진출하는 데 소중한 식량으로 쓰였다.

스웨덴 사람의 수르스트뢰밍 사랑은 대단하다. 매년 8월 셋째주 목요일부터 9월 초순까지는 `수르스트뢰밍 데이`로 명명하고 집중해서 먹는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집안 행사에 쓰이는 단골 음식이다. 생으로 먹거나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즐긴다. 필스너나 라거 맥주와도 곁들인다.

물론 스웨덴 이들도 이 음식이 냄새나는 걸 안다. 현지에서도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먹곤 하는데, 야외라고 해도 공공장소는 피하는 편이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패널로 나온 스웨덴 리포터 크리스 엘러트는 “학교에서 이걸(수르스트뢰밍)로 장난칠 수 있다. 환풍구나 에어컨에 넣어 장난치면 학교 문을 닫을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캔에 보관하는 이유는 대량 생산·유통해서 팔기 쉽게 하려는 것인데, 사실은 냄새를 잡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한다. 개봉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이 음식은 캔에 밀봉해도 내부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생각없이 열었다가는 내용물이 사방으로 튈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에어프랑스와 프리티시에어웨이, 핀에어, 케이엘엠 등 유럽 주요 항공사는 2006년 수르스트뢰밍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캔이 상공에서 폭발한 염려가 있어서였다. 애호가들은 이들 항공사들이 ‘문화적으로 문맹’이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같은 유럽권에서도 이 음식이 대중화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발트해 오염 상황을 정도에 따라 5단계 명도의 색으로 구분했다. 색이 짙을수록 바다 오염이 심하다는 의미다.(자료:유럽환경청 보고서)
음식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인은 비단 냄새 탓만은 아니다. 청어가 주로 잡히는 발트해는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유럽환경청(EEA)은 ‘유럽 바다 오염물질’ 보고서에서 발트해를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바다로 꼽았다. 발트해는 96% 가량이 유해물질로 뒤덮힌 것으로 조사됐다.

발트해 오염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연안 국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를 대서양 쪽으로 빼내어 정화시켜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사방이 육지에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탓에 바닷물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다가 오염되면 유속이 더 느려지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이런 바다에서 사는 생선이 수르스트뢰밍 원료 청어다. 이런 우려는 대중이 음식을 즐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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