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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르스트뢰밍의 악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스웨덴어로 시큼한(Sur) 맛이 나는 청어(stromming) 수르스트뢰밍은 16세기부터 즐기기 시작했다. 염도가 옅은 소금물에 담궈 발효해 만든다. 삭힌 맛이 나는 대신에 보존 기간이 길어진다. 청어는 발트해(海)에서 흔한 생선이라 재료로 쓰였다. 저장 음식으로 거듭나면서 스웨덴이 북대서양으로 진출하는 데 소중한 식량으로 쓰였다.
스웨덴 사람의 수르스트뢰밍 사랑은 대단하다. 매년 8월 셋째주 목요일부터 9월 초순까지는 `수르스트뢰밍 데이`로 명명하고 집중해서 먹는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집안 행사에 쓰이는 단골 음식이다. 생으로 먹거나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즐긴다. 필스너나 라거 맥주와도 곁들인다.
물론 스웨덴 이들도 이 음식이 냄새나는 걸 안다. 현지에서도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먹곤 하는데, 야외라고 해도 공공장소는 피하는 편이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패널로 나온 스웨덴 리포터 크리스 엘러트는 “학교에서 이걸(수르스트뢰밍)로 장난칠 수 있다. 환풍구나 에어컨에 넣어 장난치면 학교 문을 닫을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캔에 보관하는 이유는 대량 생산·유통해서 팔기 쉽게 하려는 것인데, 사실은 냄새를 잡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한다. 개봉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이 음식은 캔에 밀봉해도 내부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생각없이 열었다가는 내용물이 사방으로 튈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에어프랑스와 프리티시에어웨이, 핀에어, 케이엘엠 등 유럽 주요 항공사는 2006년 수르스트뢰밍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캔이 상공에서 폭발한 염려가 있어서였다. 애호가들은 이들 항공사들이 ‘문화적으로 문맹’이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같은 유럽권에서도 이 음식이 대중화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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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오염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연안 국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를 대서양 쪽으로 빼내어 정화시켜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사방이 육지에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탓에 바닷물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다가 오염되면 유속이 더 느려지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이런 바다에서 사는 생선이 수르스트뢰밍 원료 청어다. 이런 우려는 대중이 음식을 즐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