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리스' 시대 준비하는 한솔·무림

정태선 기자I 2017.08.23 06:04:00

한솔 "IT 발맞춰 감열지 선제투자..글로벌 1위 넘봐"
무림 "한류 타고 CCP 호황..디지탈지 수출 선두"

한솔제지가 대전공장에 485억원을 투자하고, 생산하는 감열지는 전량 해외수출 한다고 밝혔다. 한솔제지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페이퍼리스 라이프(Paperless Life·종이 없는 생활)’가 일상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지업계가 차별화한 제품과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1일 업계 따르면 민간뿐 아니라 정부까지 ‘페이퍼리스’를 권장하면서 전통적인 인쇄용지 시장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내 전체 인쇄용지 생산량은 2005년 304만3300t에서 2015년 291만9900t으로 감소했다. 특히 국내 소비량은 지난 2008년 202만8700t을 기점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2015년 166만6700t으로 줄었다.

9월부터는 은행계좌를 만들때 종이통장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발급키로 하면서 종이시장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이달에는 온라인에서 계약서를 작성해 전자서명을 하면 자동으로 거래 신고까지 이뤄지는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국내 대형종합병원 10곳 중 9곳은 환자의 모든 의료기록을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으로 관리하며 종이수요를 줄여가고 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들이 스마트기기로 공부하고, ‘가정통신문’도 스마트폰으로 발송한다.

종이소비 감소세가 두드러지자 국내 최대 제지업체인 한솔제지(213500)는 영수증, 라벨 등에 사용되는 감열지 투자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감열지는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3조 3000억원에 이르며, 매년 6.6% 이상 고성장하고 있다. 종류별로 보면 영수증지(POS지)가 4%, 라벨지 6.5%, 각종 티켓지 5.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솔제지 제공.
한솔제지는 작년 합병한 한솔아트원제지의 대전 신탄진 공장에 485억원을 투자하고, 대대적인 설비교체를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10월 증설이 완료되면 신탄진 공장의 감열지 생산능력은 13만3000t까지 확대된다. 기존 장항 공장(18만6000t)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총 31만9000t의 감열지 생산을 하게된다. 현재 세계 감열지시장 1위 일본 오지제지와 2위 독일 쾰러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감열지는 라벨, ATM 용지 등에 주로 쓰이기 때문에 IT기기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며 “해외 시장의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제지의 전체 매출 비중 가운데 특수지가 약 25%를 차지하는데 그중 70%를 감열지가 차지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2013년 유럽 감열지 가공업체 1위인 덴마크의 샤데스(Schades)사를, 2014년에는 네덜란드 라벨 가공업체 1위 텔롤(Telrol)사를 각각 인수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확보한 상태다. 이어 지난 2015년에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감열지 가공·유통업체인 R+S사도 사들였다.

한솔제지가 인수한 유럽 내 감열지 가공 유통업체인 텔롤사의 감열지 가공 설비.
펄프·제지 전문기업인 무림(무림페이퍼.무림SP.무림P&P)도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지·경면광택지(CCP) 등 고부가 가치 지종의 생산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무림페이퍼는 지난 2015년 진주 공장에 2년간 약 330억원의 설비 투자를 완료하고, 디지털지·라벨지·잉크젯 용지 등 고부가가치 지종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책, 잡지 등에 사용되는 일반 인쇄용지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제품 포장지, 소량 디지털 인쇄용지, 쇼핑백 용지 등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특히 무림은 컴퓨터에서 작업한 내용을 소량으로도 손쉽게 인쇄할 수 있는 디지털용지를 개발하고, ‘프로디지털’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국내 제지사 중 가장 많은 디지털지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화장품, 의약품 케이스로 사용되는 CCP(Cast Coated Paper)용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효자품목이다. 무림SP에서 생산하는 CCP는 국내 7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한류와 맞물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무림이 생산하는 CCP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기능성 패키지 전문 계열사인 ‘무림이노팩(기업이미지)’을 지난 2015년 설립하고 기능성 포장재 사업에 진출했다. 무림이노팩은 천연 소재를 활용해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포장재 제조방법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무림P&P는 ‘바이오플라스틱’이란 펄프플라스틱 개발에 나서고 있다. 펄프와 종잇가루가 주 원료인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을 조만간 생산,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방침이다. 이를 식품포장용기·생활용품·건축단열재 등에 활용하게 된다. 향후 유아동용품·포장재·자동차소재·전자소대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무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와 제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일관화 공장을 갖췄다”면서 “펄프에서 나오는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라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필름, 복합소재 적용을 목표로 국내 대학 및 연구단체와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제지 공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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