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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가 이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UNRWA 직원 12명이 연루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재정 지원 중단을 촉구한 데 따른 조처다. 이에 미국은 전날 UNRWA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호주, 캐나다 등이 뒤따랐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영국 정부는 (그동안) 극악무도한 테러행위인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반복적으로 규탄했는데, 이 공격에 UNRWA 직원이 연루됐다는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강조했다.
UNRWA는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로,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구호 물자를 관리하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총 3만명이 UNRWA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만 3000명이 가자지구에서 일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내 154개 피란민 보호시설을 운영해 왔으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00명 이상의 직원이 사망했다.
FT는 서방 국가들의 이번 조치가 UNRWA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22년 기준 UNRWA에 3억 4000만달러(약 4550억원)를 지원했다.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다. 같은 해 독일은 1억 9000만유로(약 2760억원)를 기부했다. 이외에도 호주, 영국, 캐나다, 핀란드 등 4개국이 총 6600만달러(약 883억원)를 지원했고, 스위스(2000만스위스프랑·약 310억원), 이탈리아(1400만유로·약 203억원), 네덜란드(2023년 기준 1900만유로·약 276억원) 등도 각각 수백억원대 자금을 제공했다.
다급해진 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서방 국가들의 지원 중단 결정에 “충격적”이라며 “가자지구를 포함한 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겐 이러한 추가적인 집단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의 삶은 이러한 지원에 달려 있으며 지역 안정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로부터 연루 의혹에 대한 정보를 받은 후 여러 직원들을 해고하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고 및 조사 대상 직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서방 국가들에 지원 중단 조치를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UNRWA의 주요 후원자 중 한 곳인 노르웨이는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재정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