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가 던진 질문...PEF 합리적 규제 방향은

지영의 기자I 2025.12.29 07:38:14

[사모펀드 규제 해법] ②
자본시장 전문가 3인의 규제 방향 제언
운용 개입하면 사모펀드 시장 위축
'출자자 책임 강화'로 방향 잡아야
감독인력 늘려 예방적 감독체계 구축
문제 발생시 당국 보고의무 도입 필요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홈플러스 부실화 논란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지면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PEF 운용 전반을 겨냥한 규제 방안을 쏟아내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기관전용 PE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제도 정비에 본격 착수했다.

다만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감안할 때 규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운용 규제를 신설하거나 경영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시장의 자율적 견제 기능을 살리면서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쪽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국내 PEF 제도와 산업을 연구해온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과 정지웅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PEF 업계에 오랜기간 몸담아온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등 3명의 전문가에게 한국 PEF의 현주소와 건전한 발전 방향, 규제와 시장 효율의 균형점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홈플러스 부실화는 제도 실패인가, 투자 실패인가”

제도개선을 통해 이른바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책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PEF에 대한 부정적 여론 강화와 규제 논의의 출발점이 된 홈플러스 부실화 사례를 사모펀드 제도 전반의 실패로 단순화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해당 사례가 시장과 산업 환경 변화, 인수 가격과 경영 판단, 자금조달 과정 논란, 그리고 사모펀드의 구조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개별 투자 실패를 곧바로 제도 결함으로 환원하는 접근은 사고 예방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린 부원장은 “역사적으로 PEF가 투자한 대형 기업의 부실화 사례는 해외에서는 상당히 많이 있고 글로벌 PEF 운용사의 실패 사례도 많다.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부실화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라며 “특히 경기 침체기나 산업의 전환기에 부실화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정지웅 교수는 보다 직접적으로 경영 판단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운용사의 불법 행위 여부와는 별도로, 큰 그림에서 보면 홈플러스 사례는 운용사의 경영 판단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015년 인수 시 과도한 인수금액을 지불한 점, 그리고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가 급변하는 온라인 유통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은 중요한 실패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철민 대표 역시 “홈플러스는 개별 운용사의 개별 투자 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국내 PEF 시장에서의 구조나 제도적 한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PEF 특성상 계열사 등에서의 지원이나 대주주의 추가적인 증자 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막겠다고 PEF 경영·투자 직접 제한하면 더 큰 부작용”

급물살을 탄 정책 논의의 초점은 규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개입할 지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 판단과 투자 활동을 직접 제한하는 방식의 규제는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용린 부원장은 운용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EF의 순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투자 구조 모색이 중요한 만큼 운용 자율성은 필수적”이라며 “세밀한 규제나 제도 설계가 ‘사고’의 빈도는 낮출 수 있겠지만 결국 투자 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전구조 설계가 LP에 대한 PEF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이면 바람직한데 일반투자자에 대한 공시 강화라면 이는 사적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사모투자와 배치된다”며 “감독자원 투입을 일정 부분 강화해 예방적 감독체계를 구축하고 특정 행위를 제한하거나, 이해상충, 재무상황 악화 등 문제 발생 시 감독 당국 보고의무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웅 교수는 규제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사업 실패 자체는 어떤 제도적 장치로도 100% 예방할 수 없다”며 “PEF 특성상 시장 유동성, 시스템 리스크 등에 잠재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할 때, 투명성 제고를 위한 직·간접적인 공시 의무 확대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공시 의무 부과는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철민 대표는 규제 강화가 국내 PEF에만 집중될 경우의 역차별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내 시장 경쟁력 하락을 우려했다. 그는 “국내 PEF만 제도적으로 사전 혹은 사후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시도를 할 경우, 이는 근본적으로 역차별적이며 그 결과는 국내 PEF 시장의 위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투자나 M&A를 하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의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책임성 강화’”

어느 정도 PEF 규제 개선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본격적인 제도 정비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22일 ‘기관전용 PEF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 감독 체계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개선안에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GP)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포함한 등록취소 근거 확대, 대주주 적격성 요건 신설, 내부통제 기준 및 준법감시 체계 강화 등이 포함됐다. 또 개별 펀드 단위가 아닌 GP 차원에서 운용 현황과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감독 당국의 관리 범위를 넓히고, 투자자(LP)에 대한 정보제공을 구체화해 시장 규율을 보완하는 방안도 담겼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개선안 수위를 놓고도 국내 PEF 시장이 아직 충분한 성숙 단계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운용 부담을 키워 시장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개선안보다 강한 입법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회에는 레버리지(LBO) 한도 축소, 대주주 적격성 강화, 배당·자사주 매입 제한, 볼트온(연계 기업 합병) 제한, 지분 의무보유 기간 설정 등 PEF의 경영 판단과 투자 전략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이 다수 계류돼 있다. 일부 안건은 제도 보완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글로벌 시장 표준과 괴리가 크거나 운용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약할 경우 국내 PEF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같은 규제 논의와 제도개선 흐름을 두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PEF의 경영 활동을 직접 제약하는 방식의 규제는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PEF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의 초점은 ‘경영 제한’이 아니라 투명성·책임성·시장 규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린 부원장은 “논의되고 있는 일부 규제는 직접적 운용규제를 포함하고 있어서 도입 시 운용사의 운용 자율성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규제로는 지분 의무보유와 볼트온 제한을 꼽았다. 그는 “5년간 지분 의무보유 및 볼트온 제약은 PEF의 수익 창출이나 산업구조조정 기능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PEF는 투자자인 만큼 수익 창출이 중요하고, 이는 출자자에 대한 핵심 선관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연환산 수익률이 높다. 볼트온은 분산화된 산업을 효율화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려아연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국가 전략산업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부원장은 “PEF의 국가 전략적 핵심기술 및 자원 기업 투자에 대한 체계적인 심의 기준과 접근 방식은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과거보다 출자자 국적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최근 논의되는 규제안이 합리적인 것도 있으나,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규제안도 있다”며 “직접 규제보다는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시장 참여자 간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입 필요성이 있는 규제로 ‘PEF 운용 및 보수 정보 공시’와 ‘PEF 운용사의 자산운용보고서·영업보고서 작성 및 회계감사 의무 부과’를 꼽으면서도 “공시 의무는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LP를 통한 간접적 투명성 확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철민 대표는 “최근 규제 방향이 국내 PEF에만 국한되고, 해외 PEF, 국내외 기업, 심지어 국내 벤처캐피탈 등과의 역차별 문제를 일으키는 것들”이라며 “레버리지 관련 보고의무 강화나 운용 관련 정보 공시에 대해서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도입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논의 되는 수준의)규제안들이 다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펀드의 규모가 작고 전문 인력의 이탈이 쉬운 국내 PEF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 제한, 5년간 볼트온 제한 등은 본질에 반하는 극히 과도한 규제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LP들 조차 국내 PEF에 투자하기보다는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PEF로 눈을 돌릴 수 있고, 해외 LP들은 국내 PEF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해법은 LP 중심 자율 규제 강화...PEF 자정 노력도 중요해”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 3인은 최종적으로 ‘시장참여자 중심’, 특히 LP를 축으로 한 자율 규율이 핵심이라는 데 공감했다. 감독 당국의 직접 개입보다 기관투자자(LP)의 역할 강화가 실효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LP들이 투자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PEF 측에 요구할 경우, 투자 단계에서는 사전적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운용사에 강한 책임을 묻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 대상이나 방식이 반복될 경우 추가 출자가 어려워지는 시장 규율이 작동하면, 과도한 외부 규제 없이도 운용 행태를 개선하는 압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박용린 부원장은 “시장의 성숙은 민간 자율을 기반으로 시장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며 “일률적 직접 규제보다는 시장참여자 중심의 자율규제가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웅 교수는 “LP를 중심으로 한 투명성 기반 제도가 효과적”이라며 “단순한 자율규제가 아니라, 일반 투자자와 전문가가 LP를 통해 PEF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접근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도 공공성이 있는 특정 LP의 정보 접근권 강화 제도와, 시장 전체 리스크 모니터링을 위한 집계 데이터 제출 체계, 전문 LP 자격 기준과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을 도입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제도는 PEF 산업의 자율성과 정보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PEF 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한 LP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 LP는 전문성이 낮고 운용 성과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으며, 정치 및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공공기관 성격을 갖고 있다”며 “LP가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워질 때, GP는 보다 효과적으로 기업 가치 창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철민 대표 역시 “궁극적으로 LP 중심의 자율규제로 가는 것이 당연히 맞다. LP차원에서 바람직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GP에게 요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추가 출자(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자연스러운 구조가 효과적”이라며 “감독 당국이 아닌 투자자들의 요구와 운용사들의 자발적 개선을 통해 문제를 줄여가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PEF 업계 자체적으로 내부통제제도를 강화해 이해상충 등의 문제를 최대한 없애려는 노력과 함께, 투자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요구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PEF의 지난 20년, 그리고 PEF 2.0의 시작”


전문가들은 규제 논쟁의 출발점으로 PEF가 지난 20년간 수행해온 역할을 다시 돌아보고, 공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용린 부원장은 “PEF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에 대한 대항마로서 국내 투자자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돼 기업과 산업 구조조정, 그리고 대표적 대체투자처로 기능해왔다”며 “PEF의 투자수익은 대부분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공제회의 수익으로 귀속되기에 기업과 산업구조 변화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과정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향후 일반 대중과의 소통,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PEF 방식 투자가 해외에서 시작되고 성장한 만큼 해외에서 정립된 수익 창출 전략을 국내 투자에 접목하는 것은 타당하나 한국적 상황에 부응하는 투자와 가치제고, 회수가 이루어져야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웅 교수는 “국내 PEF는 인수합병 시장의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해왔고, 중견·중소기업에 전문적인 경영 자원과 자본을 공급해오고 성장 기회를 제공해온 점은 분명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포트폴리오 기업 가치 창출 전략의 전문성은 더 고도화돼야 한다”며 “많은 운용사들이 일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특정 산업이나 기업 특성에 최적화된 전략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는 점은 풀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철민 대표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경제에서 국내 PEF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 PEF 업계의 자발적 노력, LP의 투자·관리 기준 강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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