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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3% 안팎에서 2%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1% 상승하면서 1월(2.8%)보다 0.3%포인트 높아지기는 했지만, 4%선에 근접했던 지난해 9월(3.7%), 10월(3.8%)과 비교하면 상당폭 상승압력이 줄었다.
고용 시장도 큰 틀에서는 견조한 편이다. 15세 이상 취업자는 2월 2804만3000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32만9000명 늘면서 두달째 30만명대 증가폭을 유지했다. 전체 고용률은 61.6%로 1982년 7월 월간 통계작성 이후 2월 기준 가장 높았고, 실업률은 3.2%로 2월 기준으로 역대 2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온기는 아직 체감지표에 미치지 못했다. 장바구니 물가, 청년 및 대기업 일자리, 내수 경기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부문에서는 싸늘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과일을 중심으로 식료품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2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신선과일(41.2%)을 중심으로 신선식품지수가 20.0%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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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는 움츠린 모습이다. 무엇보다 건설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내수를 한층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괴리의 배경으로 구조적 요인이 꼽힌다. 산업활동에서는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수출-내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조선업 등과 달리, 반도체는 성장과 고용 모두 파급효과가 적은 편이다. 반도체발 경기개선에는 착시효과가 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주요국보다 비중이 큰 자영업자들이 주요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지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체감경기에는 상당한 틈새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일·채소류 불가 급등도 이상기온·기후변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재정을 통한 할인 혜택으로 수요를 뒷받침하는 게 정책적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