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4일 밤 10시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종로구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가발을 쓰고 구두를 신는 등 여장을 한 채 은평구에 있는 수영장 여자 탈의실을 방문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시민이 그를 미행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주민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 탈의실을 훔쳐보려고 여장하고 들어갔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처벌법 제12조에 따르면 자신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2월 울산지방법원은 여장을 한 채 쇼핑몰 여자 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바 있다.
A씨는 해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공무원 신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퇴직 조치 된다.
2018년 이슈가 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뜻의 성폭력 고발 운동)에 대해 공직사회부터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우선하고 성범죄 공무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면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서 100만 원 이상으로 강화된 개정안이 2019년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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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B씨는 2020년 교육연수 파견 중 한 대학 여자 화장실에 여러 차례 들어가 여자 교복을 입는 등 여장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상에 올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또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의 유지의 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단순히 여장한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이 없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성적 욕망을 만족 시킬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중 파면에서 해임에 해당하는 성폭력이 아니라 파면에서 견책에 해당하는 기타 성 관련 비위라며, 징계위원회가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교육청 징계위원회의 기준 적용이 잘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청 징계위가 품위 유지 위반 관련 규정 중 성폭력 관련 징계 규정을 적용해 해임 결정한 것은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결정”이라며 “성폭력이 아닌 기타 성 관련 비위 규정에 해당하는 파면에서 견책 사이 징계를 내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불법 촬영 등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