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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탓만 하면 '역풍'.. 경방·전방, 떠나는 진짜 이유?

정태선 기자I 2017.07.29 08:00:00

방직업계, 해외이전 이미 계획
섬유 사양화에 사업 다각화 실패
정부 피해 대책 더 세밀하게 해야

베트남 호찌민 인근 경방 공장에서 베트남 직원이 원사를 뽑아내고 있다. 경방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1세대 섬유업체인 경방과 전방이 국내 최저임금이 오른 탓에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1060원) 오른 7530원으로, 11년 만에 두자릿수 인상이 결정되면서 기업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경방을 포함 섬유기업의 베트남 이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는데 이번 공장 이전이나 폐쇄를 단순히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거나 경영진의 무능이나 무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방(000050)은 2013년 3월부터 베트남 공장을 가동해 운영하고 있다. 경방은 베트남 공장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에 들어가자 지난해 4월부터는 2공장을 증축하는 등 해마다 베트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베트남 비중이 커지면서 경방의 주력인 광주공장의 생산실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베트남공장이 가동되기 직전인 광주공장의 연간 생산실적은 2012년 729억원에서 지난해 475억원으로 34.8% 줄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이 경방은 수년 전부터 주력 공장의 생산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것.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2014년 우리나라의 500개 섬유·의류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의 섬유·의류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한 건수는, 전세계 섬유·의류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한 건수대비 40%를 차지한다. 경방의 베트남 이전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경방 관계자는 “베트남에 있는 공장에 가동 설비만 옮기는 것으로, 시설 이전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며 “광주시설도 절반이 남고, 용인에도 공장이 있으니만큼 한국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방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연 평균 30억원씩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0% 늘어난 425억원을 달성했다. 경방의 섬유관련 직원(기간제 포함)은 모두 412명으로 작년 지급한 인건비는 134억원 정도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적용하면 연간 21억원의 인건비가 더 든다는 계산이다. 21억원이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유통ㆍ임대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경방에는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경영난의 겪고 있는 전방(000950)의 경우 사정은 다르지만, 인건비탓만 할 수도 없다. 2013년 73억원 흑자를 제외하면 전방은 2012년 385억원, 2014년 113억원, 2015년 105억원, 2016년 125억원의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중고차 매매업이나 여행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횡령사건 등 악재로 이미 회사가 어려워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경영난에 처한 섬유업체에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지만, 임금인상 탓으로 부풀리면 돌파구를 찾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섬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산업고도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완대책을 좀더 세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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