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는 왜 한국인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나[최훈길의뒷담화]

최훈길 기자I 2022.09.17 16:19:28

최소 4~6년 韓 4000만명 안팎 개인정보 수집
최종 목적은 이용자 동선 분석해 광고 활용
1000조 디지털광고 시장 노리며 전방위 수집
독일·프랑스서도 논란, 尹정부와 소송전 갈듯
광고 수익 의존 큰 네이버·카카오도 파장 주시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000억4700만원.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가 받은 과징금입니다.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4일 구글·메타에 이같이 처분했습니다. 이번 처분 결과는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입니다. 글로벌 IT 기업의 개인정보(이용자 행태정보) 수집·이용과 관련된 최초 제재이기도 하구요. 우리 정부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건 구글·메타가 중대한 위반을 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일단 개인정보 불법 수집 규모가 상당합니다. 국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가입자 등을 고려하면 4000만명 안팎 한국인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최소 4~6년 이상 무단 수집·활용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년간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옵니다.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자사 수익을 위한 광고에도 활용한 게 심각한 범법 행위라는 게 우리 정부 판단입니다.

(사진=구글·메타)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인 구글·메타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결국 돈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이용자들의 행태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서 행태정보는 이용자의 웹사이트·앱 방문 이력, 구매·검색 이력 등입니다. 맞춤형 광고는 이같은 행태정보를 통해 흥미·기호·성향을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광고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캠핑 취미가 있는 철수 씨가 있다고 봅시다. 철수 씨는 주말에 캠핑 가려고 유튜브에 로그인을 한 뒤 캠핑 관련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자 배너 등의 광고로 캠핑 용품 광고가 여기저기에 뜨는 것입니다. 이는 구글이 철수 씨 행태정보를 수집해 광고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캠핑에 관심 많은 철수 씨는 아마도 이 광고를 누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어가는 것이구요.

이같은 광고 규모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IT 분야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 환경이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전문 조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이 올해 4070억달러(565조원)에서 2026년 7530억달러(104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구글·메타 입장에서는 조만간 1000조원을 돌파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이 미래 먹거리인 셈입니다. 이 수익을 위해 이용자 행태정보를 분석해 이용자가 광고를 보도록 유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구글·메타에 약 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다. 윤 위원장은 “기술을 창조하는 기업은 그 성취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 역시 인정해야 한다”며 “구글과 메타와 같은 개인정보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개인정보 처리자는 이러한 책임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행태정보를 이용자 몰래 전방위로 수집해 광고에 활용하려는 글로벌 IT 기업의 욕망은 사회적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과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을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렸는지를 놓고도 이견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 법제가 엄격한 유럽을 중심으로 이같은 충돌이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20년 6월에 메타가 페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것을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한 착취 행위”라며 경쟁법 위반 판결을 내렸습니다.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는 지난 1월 구글과 메타가 인터넷 쿠키 거부 설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설정 변경을 어렵게 했다며 구글과 메타에 각각 1억5000만유로(2086억원), 6000만유로(8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글·메타는 1000조원 디지털 광고 시장, 자사 수익 모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 등 해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가 법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메타 관계자는 과징금 처분 소식을 접한 직후 이데일리에 “메타는 관련 법안을 모두 준수했다”며 “법원의 판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적 쟁점은 △구글·메타가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이용 관련해 책임이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인지 여부 △구글·메타가 이용자들로부터 적법한 유효한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메타는 책임 있는 개인정보처리자인데 이용자들로부터 유효한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메타는 이 발표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굴지의 로펌을 통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 등 국내 IT 기업들도 소송 향배를 지켜볼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카카오의 경우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 계정정보와 결합하지 않고 이에 대한 동의도 받고 있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같은 네이버·카카오 입장이 사실인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카카오는 온라인 광고가 수익이 중심이어서 파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의 2분기 매출(2조458억원) 중 서치 플랫폼(검색·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9055억원(44%)을 차지했습니다. 카카오는 배너광고 지면을 늘리는 동시에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검색광고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에 나섰습니다. 향후 소송, 제도 논의가 구글·메타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 향배가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도 구글·메타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경실련·민변·진보네트워크·참여연대 등과 함께 오는 22일 관련 토론회를 엽니다. 익명 처리된 가명정보를 토대로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 맞춤형 광고로 미래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 전략,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하는 시민단체 입장 사이에서 균형 있는 묘안이 찾아질지 주목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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