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대종상영화제의 변화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 같다.” 기대가 아니라 체념이다. 어떤 이가 쓴소리를 하더라도 씨알도 안 먹히는 수준이 됐다는 말이다. 지난 10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 동안 열린 ‘영화상 운영의 현황과 전망 한·미·일 국제 세미나’에서 대종상의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 나선 이춘연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의 말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대종상영화제의 주축은 이 이사장의 조언에도 “어린 놈이 뭘 안다고”라며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 이사장은 영화를 30년 넘게 한, 요즘 활동하는 영화인 중 어른이다.
올해도 대종상영화제는 열린다. 10월30일 시상식을 가진다. 49회째다. 갖가지 영화상이 번성하는 동안에도 대종상은 1962년부터 여러 논란을 이겨내고 그 역사를 지켜왔다. 내년이면 한국 영화의 반세기를 더듬게 된다.
대종상에서는 그간 심사의 공정성이란 문제에 이어 이권 다툼 같은 불협화음까지 불거졌다. 2012년 사단법인 형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신뢰감 회복과 공정한 후보선정, 특정 미디어에 휘둘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종상영화제는 최근에는 후원사의 선정 문제로도 논란이 됐다. 희대의 다단계업체인 JU그룹이 메인 스폰서로 나선 적도 있고, 지난해에는 국내 론칭을 한 일본 자동차 업체의 매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무엇보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한 이유다.
대종상영화제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의 모범을 본받아야 한다. 1929년 시작된 아카데미상은 긴 역사와 정통성으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제 운영기구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외부인이 아닌 영화산업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상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또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아카데미상의 경우처럼 대종상영화제가 일반 심사위원을 모집해 투명하고 공정한 선정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선 영화평론가인 유지나 동국대 교수의 쓴소리가 귀에 박힌다. “언론을 통해 불거진 대종상 내부의 문제가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영화인의 현 수준을 보여준 일”이라고 표현했다. 한류로 세계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 대중문화는 최근 음악이 끌고 영화와 드라마가 미는 형국이다. 문화강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최고의 영화상을 갖고 싶은 게 영화인의 바람이다. ‘시간’에 맡기고 체념할 일만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