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시장에 ‘복고바람’이 불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주에 과즙이나 식초, 채소를 섞어 마시던 소주 칵테일 열풍이 2015년 주류업계를 다시 흔들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방송에서 소주 칵테일이 잇따라 등장하며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소주의 변신은 무죄…‘깻잎에서 수박까지’
요리 사업가인 백종원이 방송에서 선보인 깻잎 모히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5~7월 레몬과 깻잎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35.4%, 20.9%씩 증가했다. 레몬은 흔히 사용되는 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량이 대부분 일정한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매출 증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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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제한된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 ‘삼시세끼’에는 수박을 통째로 활용한 ‘수박주’가 등장했다.
깻잎 모히또보다 제조법이 번거롭긴 하지만 수박소주에도 애주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박 한 통을 파내고 소주를 넣어 대규모 소주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 덕분에 가족, 친구들과 단체 여행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즙소주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주류업계도 소주 칵테일의 부활에 새로운 소주 만들기에 한참이다. 유자맛 소주인 ‘처음처럼 순하리’로 과즙소주 열풍을 몰고 왔던 롯데칠성음료는 유자와 복숭아에 이어 깻잎을 활용한 소주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무학 등 업체들 역시 깻잎은 물론 페퍼민트 등 허브를 활용한 소주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주류 조판기 상품개발팀장은 “순하리 개발 과정에서 유자와 복숭아 외에 감귤과 깻잎을 활용했던 레시피에 대한 기대도 컸다”며 “깻잎은 중년층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없으면 만들어 마신다”…나만의 소주 칵테일
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은 일반 칵테일과 달리 손쉽게 원하는 맛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렴한 소주를 활용할 수 있어 가격 부담도 적다. 덕분에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소주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순하리가 출시 초기 품귀현상을 빚었을 때는 직접 유자맛 소주를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유자 음료수를 넣는 간단한 방법이다. 편의점 체인 CU에 따르면 순하리가 본격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인 5~6월 유자맛 음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증가했다. 겨울이 아닌 초여름에 유자 음료 판매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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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와 과일, 채소 등을 직접 섞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소주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술에 대한 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취하는 것’보다 ‘맛’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젊은 층에서 맛있는 술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소주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맛 좋은 술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과즙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넣은 소주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