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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개입으론 한계…'원화 국제화' 등 장기 대응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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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5.12.01 05:23: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
약한 원화와 해외자금이 만든 ''구조적 고환율''
네고·해외투자·원화 접근성의 삼중 압력
원화 국제화·외환시장 재설계 필요성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사진=본인 제공)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일정 시간이 지나면 1,300원대로 복귀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주식·부동산·금리 전망은 과한 낙관이 흔하지만, 환율만큼은 과거 평균 회귀를 믿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2021년 이후 4년 연속 상승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과거의 잣대와 기대만으로 환율 흐름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원화는 위험에 민감한 ‘하이베타(변동성이 큰) 통화’로, 미국 금리 상승이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질 때 다른 통화보다 약세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순대외자산(NIIP)을 보유하고도 원화 강세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해외소득이 국내 원화 수요로 이어지지 않고 해외로 다시 투자되는 ‘NIIP 역설’ 때문이다. 지금의 고환율은 단순한 달러 수급이 아니라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과 자본 흐름 구조가 만든 결과다.

이 관점에서 보면 외환시장 개편 방향도 명확해진다. 우선 수출기업의 네고(달러 환전) 관행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특정 시점에 환전이 몰리는 문제는 규제보다 시스템 기본값을 바꾸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수출대금이 입금되면 일정 비율을 자동 환전하고, 필요 시에만 달러 전액 보유를 선택하게 하는 넛지(Nudge) 방식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환전비용 감면이나 저비용 헤지 상품을 결합하면 네고 쏠림 완화 효과를 키울 수 있다.

가계의 해외투자 확대도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해외주식 주문이 곧바로 현물 달러 매입으로 연결되는 구조 때문이다. 증권사가 파생상품으로 주문을 흡수하고 실제 환전 시점을 분산할 수 있게 하면 단기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외국인의 원화 접근성 강화도 중요하다.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연장했지만 아직 글로벌 수준의 ‘24시간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장내·장외 참여를 넓히고, 계좌·보고 절차를 단순화하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과 국내 시장의 단절을 해소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원화 표시 채권의 해외 유통, 무역결제의 원화 비중 확대, 청산·데이터 인프라 국제 기준화는 외환시장 안정의 끝이 아니라 한국 금융·경제의 다음 단계 성장 조건이다.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경제의 신뢰도·성장 전망·리스크 감내도·제도 설계 수준을 반영하는 종합지표다. 결국 외환시장 개혁은 환율을 낮추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향후 10년 한국 경제 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고환율은 이제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맞이한 새로운 구조적 현실이다. 지금 필요한 개편을 미루면 비용만 커질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외환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골든타임이다. 새로운 균형에 맞는 시장을 설계할 때, 원화는 안정성을 되찾고 한국 경제는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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