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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도 법원 만들어줘"…의원들 유치 경쟁 속내는?[국회기자24시]

한광범 기자I 2024.09.28 06:00:00

'인구 39만' 세종 내 지방법원 설치법 본회의 통과
각급 법원설치법 봇물…22대 국회서만 이미 16개
공공기관 유치·법조타운 조성…대부분 폐기 운명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세종지방법원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각급 법원 설치·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이하 각급 법원 설치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세종특별자치시만을 관할로 하는 세종지방법원이 약 6년 6개월 후인 2031년 3월 문을 열게 됩니다. 세종시 소담동·반곡동엔 이미 마련된 법원·검찰청 부지에 2031년 세종지방법원·지방검철청이 들어서게 될 예정입니다. 검찰청법은 지방법원에 대응해 지방검찰청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세종지방법원 설치는 곧 세종지방검찰청 설치로 포함합니다.

세종시 인구가 올해 8월 기준 39만명에 약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준으로는 세종지방법원은 전국에서 관할구역 인구가 가장 적습니다. 세종시에 법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현재도 시·군법원급인 대전지방법원 세종특별자치시법원이 있습니다. 2012년 세종시 출범에 맞춰 기존에 대전지방법원 연기군법원이 이름을 변경한 것입니다.

세종시에 법원이 설치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국무총리실·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주요 정부부처가 위치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는 향후 국회세종의사당이 설치되는 등 지속적으로 도시가 개발될 예정이기에 현재의 시·군법원급으로는 한계가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엔 이번 세종지방법원 설치와 같이 새롭게 법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습니다. 세종지방법원 설치법을 제외하더라도 16개의 각급 법원 설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입니다.

◇21대 국회서도 45개 법안 발의…2개 법원만 설치

22대 국회 들어 첫 개정안은 경기도 화성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화성시법원·시흥시법원 설치법이었습니다. 각각 인구 96만·52만명인 두 도시에 최소한 시·군법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권 의원의 발의 이유입니다. 이후에도 법원 설치법안은 계속 발의되고 있는데, 본인 지역구 내 법원 설치 목적이 대부분입니다.

권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이 설치해 달라고 법안을 발의한 지역 법원을 나열하면 △창원지방법원(창원가정법원) 양산지원 △광주회생법원 △대전회생법원 △대구회생법원 △청주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구미지원 △해사법원(부산) △전주가정법원 △고양파주지방법원 △인천고등법원 △제주지방법원 서귀포지원 △안동지방법원 △안동가정법원 △창원지방법원(창원가정법원) 김해지원 등입니다.

이 같은 법원 설치 요구는 이전 국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21대에선 모두 45개의 개정안(대안 포함)이 발의됐는데 이중 국회를 통과한 것은 전문법원인 △부상회생법원 △수원회생법원 설치안 정도에 그쳤습니다.

법원 설치에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지역주민들의 편의 확대 외에도 지역 내 법조타운 조성이나 법률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설명입니다.

법원의 설치는 그 자체로 법원·검찰청이라는 주요 공공기관을 지역에 유치하는 효과를 갖게 됩니다. 지역 내에 기관장이 2명 더 생긴다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 편의성 향상, 변호사 시장 활성화 등의 효과를 수반하게 됩니다.

◇법원·검찰은 ‘무조건 환영’…정작 국회서 자체 ‘난관’

간혹 의원들이 법원 설치를 지역 자존심 문제와 연결 짓기도 합니다. 인구 3위 대도시임에도 고등법원이 없는 인천광역시, 의정부지법 산하이면서 본원 관할 인구보다 더 많은 고양·파주시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지역의 경우 법원 설치(격상)는 선거철 주요 이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법원 설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21대에서도 대부분 법안이 자동폐기됐고 그 이전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원의 반대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조직이 커지는 법원과 검찰(법무부)이 반대할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국회 문턱이 넘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지역구 맞춤형 법안일 수 있는 만큼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법안 심사 기준을 높게 잡고 심사를 합니다.

과거 법사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은 “워낙 관련 법안 발의가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법안 통과를 안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극히 예외적으로 필요성이 매우 인정되는 경우만 법안소위를 넘을 수 있는 거죠”라고 설명합니다.

세종지방법원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2년 후 지방선거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스윙스테이트’인 충청권에 대한 여야의 구애가 본회의에서의 압도적 표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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