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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엄마가 책을 읽고 난 후 ‘귀엽고 웃기고 찡하다’고 말씀하셨다.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가 사랑을 받은 덕분에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많은 성원에 정말 감사하다.”
젊은 작가 중에 눈에 띄는 작가들이 많지만, 이슬아(26) 작가는 유난히 ‘통통’ 튄다. 최근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와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동시에 발간한 이 작가는 누드모델과 잡지사 기자를 거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2월부터 ‘일간 이슬아’라는 발칙한(?) 프로젝트로 SNS 상에서 화제에 올랐다. 학자금 대출 2500만 원을 갚겠다며 ‘셀프 연재’를 내걸고 구독자를 모집했다. 한 달 구독료 1만원을 선불로 내면 매일(주말 제외) 이메일로 글을 보내줬다. 온라인의 인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출간 하루 만에 2쇄를 찍었고,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현재 4쇄까지 찍고 판매 중이다.
이 작가는 “엄마와 딸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뻤다”며 “‘일간 이슬아’는 잠깐 쉬고 있는데 내년에 다시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모녀의 삶 담은 그림 에세이 ‘인기’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복희’라는 이름을 가진 60년대 생 엄마와 90년대 생 딸 ‘슬아’가 살아온 기록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에세이다. 가난해서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했던 ‘복희’는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딸이 누드모델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반대는커녕 자신의 구제 옷가게에서 가장 비싼 코트를 골라와 “알몸이 되기 전에 네가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해”라고 말을 건네는 엄마다.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부모님께 물어보거나 상상해서 썼다. 이미 ‘일간 이슬아’ 연재를 통해서 부모님 이야기를 아주 많이 각색했기 때문에 책이 나왔을 때 딱히 놀라시진 않았다. 하하. 어려서부터 누드화 보는 걸 좋아했다. 알몸이 그려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누드모델이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아서 하게 됐는데, 앞뒤로 들이는 시간이 많아서 결론적으로 더 많이 번 건 아니었다.”
어린 슬아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세계 묘사가 재치있게 펼쳐진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 떼를 쓰며 유치원 차에 탔더니 자신처럼 ‘납치된’ 아이들이 울고 있었단다. 아파트 앞에서 청바지를 파는 아저씨가 복희에게 대시하는 장면도 재밌다. “실제 복희씨는 훨씬 더 입체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다. 엄마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누드모델 일을 허락한 것도 그런 맥락일 거다. 오토바이 타는 것 빼고는 평생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한 적은 없다.”
△독자들 반응에 ‘감동’…“다양한 장르 도전하고파”
딸이 먼저 읽은 후 엄마에게 선물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 주위의 평범한 이야기이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 공감을 얻은 것 같다. 아기를 재우면서 재밌게 읽고 있다며 후기를 보내온 ‘젊줌마’도 있었다. 철없는 딸의 입장에서 책을 썼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후기 덕분에 이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
다음번 연재에서는 동화나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볼 계획이다. “다른 건 노력할 힘이 안 나고 싫증을 자주 냈는데 글쓰기는 그런 적이 없다. 아주 많은 에너지를 응축해야 좋은 책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엔 나와 주변 이야기만 다뤘지만, 더 멀리까지 시선이 확장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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