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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앞둔 '나고야의정서', 화장품업계 발등의 불 떨어졌다

송주오 기자I 2017.06.13 08:15:46

중국, 하반기 시행 예정…국산 화장품 원료 약 20%가 중국산
로열티만 최대 10% 달해, 천문학적 피해 전망
교역국 간 법령 완비돼야 효력 발생

나고야의정서 개념도.(자료=ABS연구지원센터)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생물자원의 이익공유를 골자로 한 ‘나고야의정서’ 시행을 앞두고 화장품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원료구매비 외에 로열티를 추가 지불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생물자원 의존도가 상당한 중국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를 목적으로 나고야의정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나고야의정서 시행을 위한 입법예고를 마치고 올 하반기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돼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EU) 등 99개국이 비준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 이용에 대한 사전승인과 이익을 생산국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다. 식물, 동물, 곤충뿐만 아니라 미생물, 바이러스 등도 이익 공유의 대상이다. 이익 공유는 금전적인 것과 기술 공유, 특허권 등 비금전적인 부분까지 총망라한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은 국내 화장품 업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원료 중 해외 생물자원의 비중은 약 44%에 이른다. 이 중 중국 생물자원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출시한 ‘비욘드 피토 모이스처’. 제주 화산 암바수와 제주산 보리, 차조 등으로 제조했다.(사진=LG생활건강)
중국의 로열티 범위는 0.5~10%로 넓은 편이다. 학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합법적인 조치를 통해 국내 기업을 압박하고 우리 정부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나고야의정서 관련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로열티로 최대치인 10%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경우 이익 공유 비율을 1~3%로 책정했다. 이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합리적 로열티로 생각하는 2.8%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 경우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할 비용만 최대 4500억원에 달한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국내 생물자원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2015년부터 ‘나고야의정서 대응 CFT(Cross Functional Team)’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복원해 국내 자원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설화수는 전북인삼농협과 독점 계약을 맺어 친환경 인삼만 공급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051900)이 지난해 출시한 ‘비욘드 피토 모이스처 라인’은 제주도 화산 암반수와 제주산 곡물로 만든다. 이외에도 프리메라, 한율 등이 국내 생물자원을 활용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 업계는 제약적인 정보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 기업, 지역 사회 등에 이익을 공유하는지, 공유 기준인 이익이 매출액인지 순수익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각 국가별로 입법이 완료돼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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