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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설계미학…SK 실용주의 서린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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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10.07 0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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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에는 스토리가 있다] SK 서린빌딩
장식 배제하고 절제·세련미 극대화
부대 면적 효율 높인 공간 디자인
'사람 제일' 선대회장 철학 담겨

SK그룹 종로구 서린빌딩 사옥.(사진 출처=이데일리)
SK그룹 종로구 서린빌딩 사옥.(사진 출처=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인 김종성 건축가는 본인이 설계한 오피스 건물 중 최고로 SK 서린빌딩을 꼽는다. 그는 지난 2023년 본지 인터뷰에서 서린빌딩(1999년 완공)을 두고 “내가 설계한 18층짜리 오피스 빌딩은 여럿이지만, 36층짜리는 하나밖에 없다”며 “디자인도 제일 자랑스럽고 실사용 면적에 비해 부대면적의 효율이 아주 높다”고 했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 지하 7층 지상 36층 높이로 우뚝 솟은 서린빌딩은 장식을 배제하고 구조 자체를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건물이다. 김 건축가는 20세기 최고 건축가 중 한 명인 미스 판 데르 로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였는데, 그의 영향을 받아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적을수록 풍요롭다) 철학을 한국에 이식했다. 미스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모더니즘의 상징’ 시그램빌딩을 설계한 거장이다.

1997년 서린빌딩 건축 당시 공사관리를 담당했던 서정일 SK이노베이션 총무팀 PM은 이곳을 ‘종로의 심장’으로 기억했다. 그는 “준공 당시 서울 사대문 안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비슷한 시기 종로타워와 함께 서울 핵심지를 대표했다”며 “청계천 복원 등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30년 가까이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SK가 절제와 비례의 사옥을 세운 것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실용주의 철학 때문이다. 선대회장이 “기업가는 땅 장사로 돈을 벌면 안 된다”며 여의도, 을지로 등 서울 곳곳의 빌딩을 임차해 썼던 것도, 사업이 초창기 섬유에서 에너지, 화학, 통신으로 커지자 서린빌딩을 세우기로 한 것도 모두 이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한다. SK 고위직을 지냈던 한 임원은 “선대회장이 중요하게 여긴 건 사옥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일할 사람과 미래 사업이었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 체제 들어서도 실용주의 면모는 이어졌다. 고정 좌석과 부서 칸막이를 없애고 임원 집무실을 기존 3분의1 크기로 줄인 2018년 리모델링이 대표적이다. 매일 같은 부서 사람과 일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계열사 직원과도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리모델링에 참여했던 민성진 SKM아키텍츠 대표는 “서로 다른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1980년 12월 23일, 선경과 대한석유지주 사이에 대한석유공사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날 소집된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대한석유공사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최종현 선대회장을 선임했다. 최 회장이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 SK 제공)
1980년 12월 23일, 선경과 대한석유지주 사이에 대한석유공사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날 소집된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대한석유공사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최종현 선대회장을 선임했다. 최 회장이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 SK 제공)
2004년 5월 '그룹 R&D위원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SK 제공)
2004년 5월 '그룹 R&D위원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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