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 지 열흘 넘게 지났지만 별 진척이 없다. 정부는 일단 구조조정을 기업 자율에 맡겼다. 그러나 10여 개 대형 석화 업체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제 살’을 도려낼 각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다 산업 재편이 타이밍을 놓친 채 허송세월에 그칠까 걱정이다. 정부는 더 큰 책임을 갖고 교통정리에 나서고, 정치권은 입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을 내놨다. 기업이 먼저 자구안을 내놓으면 정부가 금융·규제완화 등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절차상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은 원래 손에 피를 묻히는 작업이다. 자율을 존중하는 신사적 태도론 난제를 풀기 어렵다. 사실 정부는 작년 12월에도 비슷한 방안을 내놨으나 여덟 달 동안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역산업위기대응법에 따라 지난 5월 전남 여수시, 8월 말 충남 서산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두 도시엔 석화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만든 이 법은 금융 지원, 고용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격적인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기업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지금이 느긋하게 ‘선제대응’이나 할 때인지도 의문이다.
구조조정이 궤도에 오르려면 정부가 걸림돌부터 치워야 한다.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이나 가격·생산량 협의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걸릴 수 있다. 이러니 누구도 선뜻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는다. 물꼬를 트려면 기업들에 담합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부터 주는 게 급선무다. 극도로 신중한 정부의 처신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공직사회엔 중뿔나게 나서면 다친다는 ‘변양호 신드롬’이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는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여야는 8월 초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K스틸법’을 공동발의했다. ‘트럼프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을 돕자는 취지에서다. 석화는 철강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회가 석화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K케미컬법’ 제정을 추진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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