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스포츠카 ‘718 박스터(Boxster) GTS 4.0’를 약 1시간 가량 운전하고 내리던 순간 과거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설핏 스쳤다. 태어나 처음으로 포르쉐 운전대를 잡아보면서 느꼈던 운전 쾌감과 질주 본능, 운전석에 밀착되는 가속력과 완성도 높은 제동력을 경험하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다. 특히 이날 여러 대의 포르쉐가 일렬로 제주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한몸에 받았던 거리의 사람들 시선 또한 오로지 포르쉐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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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포르쉐 코리아는 ‘포르쉐 스포츠카 75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시승행사, ‘포르쉐 겟어웨이(Porsche Getaway)’를 제주도에서 개최했다. 포르쉐는 창립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가 포르쉐의 전신인 디자인 사무실을 그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이후 1948년에 그의 아들 페리 포르쉐(Ferry Porsche)가 포르쉐를 지금과 같은 회사로 독립하면서 자동차 기업으로 출범했다.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포르쉐는 독일의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별도 스포츠카 브랜드다. 포르쉐를 대표하는 간판 스포츠카 ‘포르쉐 911’를 비롯해 쿠페와 카브리올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단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포르쉐는 모터 스포츠에 뿌리를 둔 회사다보니 ‘고성능’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레이싱에서 입증된 기술을 포르쉐의 모든 양산 차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차량에는 시동을 켜는 이그니션 키가 운전대 오른쪽에 위치해 있지만 포르쉐는 특이하게도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레이싱 경기에서 운전자가 왼손으로 열쇠를 꽂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해 빠른 출발을 돕기 위한 것에서 유래해, 지금까지 모든 포르쉐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레이싱카의 헤리티지(유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시승행사에서 첫 운전대를 잡은 차량은 2인승 스포츠카 ‘718 박스터(Boxster) GTS 4.0’다. 이 차량은 미드십(엔진 가운데 배치) 후륜 구동 타입으로 6기통 박서 엔진이 탑재됐다. 박스터라는 이름은 차량의 수평대향 엔진이 마치 복서(권투선수)가 주먹을 치고받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복서(Boxer)와 2시트 이하 컨버터블 차량을 뜻하는 로드스터(Roadster)를 합성해 지어졌다. 박스터는 최고출력 407 마력(PS)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단 4초에 불과하다.
이날 718 박스터를 타고 제주도 산간의 쭉 뻗은 도로에서 강력한 파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속할 때 배기음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시트에 몸이 감길 정도로 파고 드는 짜릿함은 오로지 포르쉐만이 주는 쾌감이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급제동에는 문제가 없을까 하는 우려도 실제 주행 중 가속과 제동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말끔히 해소됐다. 이날 시승을 보조한 레이싱팀 출신의 인스트럭터(강사)는 “포르쉐의 완성도 높은 기술력을 믿고 몸을 맡기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왜 그렇게 반복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718 박스터에 이어 두 번째로 주행한 차량은 스포츠카의 DNA를 품은 SUV, ‘포르쉐 카이엔 터보 쿠페’다. 포르쉐는 타고 싶지만 자녀가 있어 스포츠카는 부담인 40~50대에게 제격인 차량이었다. 겉모습은 SUV지만 V8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550 마력(PS), 최대 토크 78.6kg·m 을 발휘하는 괴물 같은 차량이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이 단 3.9초에 불과할 정도로 스포츠카와 다름없었다. 날렵한 루프 라인과 함께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세그먼트에서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의 모델로 포지셔닝했다.
포르쉐 카이엔를 시승하면서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드라이브 모드(노멀·스포츠·스포츠 플러스)간 차이를 확연히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고속주행을 비롯해 와인딩(구불구불한 구간) 주행에서 쏠림 현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누군가 묵직하게 차량을 잡아주면서 운전을 편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이날 인스트럭터(강사)는 주행 내내 “포르쉐는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과 주행 환경을 파악해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여러 기능이 스스로 작동하는 차량이며 이를 운전대를 잡는 내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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