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헤지펀드 퀀트 투자 매니저 출신인 이지혜 에임(AIM) 대표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커리어를 뒤로하고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로 선진 금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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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떠나 한국서 창업…“금융 격차를 기술로 풀고 싶었다”
이 대표는 어린 시절 부유함과 가난을 모두 경험하며 돈이 삶의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했다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기술을 통해 금융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직후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그는 혼자 1조원 규모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빠른 성공은 오히려 더 큰 질문을 안겼다.
이 대표는 “남들이 보통 40대에 하는 커리어 고민을 20대 후반에 마주했다”며 “어느 순간 이게 내 커리어의 끝인가를 묻게 됐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가 선택한 해법은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가 사용하는 체계적 투자 방식을 개인 투자자에게도 제공하는 것이었다. 소수만 누리던 금융 시스템을 기술로 대중화하겠다는 발상이 에임의 출발점이었다.
규제와 적자 버틴 10년…‘에임 2.0’으로 반전
창업 이후 회사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기에는 배우 손석구, 전여빈 등을 발굴해 마케팅에 활용하며 성장하기도 했지만, 주목도가 커질수록 업계의 배타적 분위기와 까다로운 규제에도 직면했다.
그는 “누군가의 민원으로 협회 조사가 시작됐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까지 대응해야 했다”며 “초기 투자금 36억원으로 10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고객들에게는 10년간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안겨줬지만, 정작 회사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전환점은 지난해 에임 2.0 출시였다. 기본 이용료 1%는 유지하되,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배분받는 구조를 도입하면서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에임의 경쟁력으로 차별화된 알고리즘을 꼽았다. 직접 설계한 AI 자산관리 시스템의 패턴과 로직이 다른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AI 투자 핀테크 기업 가운데 에임이 먼저 수익 모델을 안착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종목보다 자산배분”…AI가 짜는 공격수와 수비수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흔히 종목 선택에 집중하지만, 실제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은 자산배분이라고 짚었다. 단기적인 시장 등락보다 장기적 자산배분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임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자산과 위험을 낮추는 자산을 함께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대표는 “헤지펀드는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함께 운용한다”며 “위험을 상쇄하면서 초과 수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공격수와 수비수를 포트폴리오에 배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산배분 전략은 위기 국면에서도 성과를 냈다. 에임은 코로나19 당시 다른 자산관리사들이 30%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때 최대 낙폭을 5% 수준으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금융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에임의 AI가 의사결정 레이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근 잇따르는 해킹 위협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라는 점도 강점으로 제시했다.
“돈은 고객 계좌에”…AI는 인프라 위의 판단 레이어
이 대표는 “에임은 고객의 돈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 고객 자금은 본인 명의의 증권 계좌에 그대로 들어 있다”며 “에임과 제휴한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본인 인증으로 연동하면 에임이 일종의 플러그인처럼 인텔리전스 웨어 역할을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AI 레이어가 금융 인프라 위에서 무엇을 할지 판단하고 자동으로 실행해주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자산관리 시장이 그동안 아파트라는 특수 자산 중심으로 성장해 금융자산 운용 산업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거치며 이제는 장기 수익과 리스크 관리를 함께 추구하는 선진 자산관리 방식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섰다고 봤다.
이 대표는 “자산배분의 본질은 결국 시간을 버티는 것”이라며 “향후 5년 안에 유료 사용자 100만명을 확보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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