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것이 미래다’ 벤츠 마이바흐· S클래스· EQS 혼류 생산

박민 기자I 2024.10.27 12:29:40

벤츠 진델핑겐 팩토리56 공장 가보니
컨베이어 밸트 사라진 최첨단 공장
내연기관·전기차 등 다차종 생산가능
필요 전력 30% 태양광 발전 차체 충당
“생산 유연성·효율성·디지털 극대화”

[진델핑겐(독일)=이데일리 박민 기자] 자동차 공장 천장에 설치된 푸른색을 띤 수백 대의 ‘인클라이어 컨베이어’가 부품이 채 조립되지 않는 차체(바디)를 들어 이동라인을 따라 각각의 조립 단계로 실어 날랐다. 흡사 인형뽑기 기계의 집계처럼 생긴 이 로봇은 내부에선 ‘블루스카이’로 불렀다.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은 차체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나가면 각각의 구역에서 작업자들이 반복적인 부품 조립를 통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방식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천장에 달린 블루스카이를 통해 여러 차종을 한 라인에서 혼류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을 자동화했고, 유연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시끄러운 기계음이나 흔히 자동차공장이라면 풍길만한 쇳밥이나 기름 냄새도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공장은 깨끗하고 차분했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들도 무인 운송차(AGV)가 유도 루프를 타고 제공하는 물류 시스템 덕분에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들어맞았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찾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일 진델핑겐 ‘팩토리 56’ 공장의 첫 인상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일 진델핑겐 내 ‘팩토리56’ 공장 내부에 설치된 푸른색 집게 모양의 ‘인클라이어 컨베이어’가 차체(바디)를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민)
◇벤츠, 첨단 생산 기술 집약체 ‘팩토리56’

진델핑겐은 독일 명차들의 고향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슈투트가르트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 있는 소도시다. 이곳에는 1900년대 초반에 세워져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가 위치해 있다. 근무자만 3만5000명이 근무하는 진델핑겐 생산기지는 벤츠의 독일 3대 공장(라슈타크, 브레멘, 진델핑겐)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벤츠의 플래그십(주력)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한 차량만 22만대에 달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진델핑겐 생산시설 중에서도 ‘팩토리 56’ 공장은 올해로 가동한 지 4년째 되는 2020년 9월 개소한 ‘신생’ 공장이다. 생산 단계에서의 탄소 저감을 위한 설계가 적용됐고, 컨베이어 벨트 대신 무인과 자동화, 디지털화를 통해 생산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곳에서는 벤츠의 대형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와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 격인 ‘EQS’, 최상위 프리미엄 모델인 ‘마이바흐’ 등 3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독일 진델핑겐 내 ‘팩토리56’ 공장 전경. (사진=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독일 진델핑겐 내 ‘팩토리56’ 공장 내부 모습. (사진=벤츠 코리아)
팩토리 56은 연면적만 축구장 30개 크기인 22만㎡ 규모로 압도적 규모를 자랑한다. 실제로 이날 공장 내부에서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거대 생산 시설을 갖추고도 이곳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30%는 공장 옥상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통해 자체 충당하고 있다. 이날 공장 투어를 맡은 벤츠 직원은 “팩토리56은 탄소 중립적인 생산 공장으로 에너지 요구량이 기존 생산 라인보다 4분의 1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팩토리56 최대 장점은 최첨단 시설을 갖춰 서로 다른 차종을 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에 있다. 고숙련 인력과 첨단 로봇 생산시스템이 결합된 구조에서 내연기관차는 물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사라 길렌 팩토리56 공장장은 “근무자들은 차량 모델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 차종에 숙련돼 있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까지 다양한 차종 조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통합한 ‘MO360’(Mercedes-Benz Operation 360)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팩토리56의 핵심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 벤츠 공장의 공급망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부품 공급이나 수요·공정 상황에 따라 생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오류를 예측하고, 사고도 방지한다. 벤츠 관계자는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인더스트리를 실현하면서도 팩토리 56의 중심에는 사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근무 조직과 새로운 근무 시간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일 진델핑겐 내 ‘팩토리56’ 공장에서 무인운반차량(AGV)에 실려온 차체를 푸른색 집게 모양의 ‘인클라이어 컨베이어’가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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