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 인사 모두를 꺼리는 움직임이 월가를 중심으로 일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월가는 정치 후원금을 지원하며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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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가능성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최신 로이터·입소스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1% 이상 지지율을 얻은 주자를 보면, 미국 민주당 후보군은 바이든(80) 대통령, 작가 마리앤 윌리엄슨(70), 변호사 로버트 케네디(69) 등 3명이 꼽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주하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80대 고령이라는 약점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처럼 굵직한 법을 처리하고 부채 한도 상한 협상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등 공화당을 상대하는 정치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선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시동을 걸었다. 그가 오는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한 노조 관련 행사에서 재선 도전 선언 이후 첫 공식 유세를 하기로 하면서 차기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정치 기반 중 하나인 노조와 함께 첫 유세를 한다는 점은 공화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대통령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는 역대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혀 왔다.
더 주목받는 곳은 공화당이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후보군으로 트럼프(76)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주 주지사, 팀 스콧(57)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51) 전 주유엔 미국대사,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37), 마이크 펜스(64) 전 부통령, 크리스 크리스티(60) 전 뉴저지주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 주지사 등을 거론했다. 총 8명에 달한다. 리즈 체니(57) 전 와이오밍주 연방 하원의원 등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이들까지 더하면 경선 주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유력 주자는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런 만큼 다수 주자들의 타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춰져 있는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4년간 부통령을 지낸 펜스 전 부통령마저 이례적으로 비난 대열에 나섰을 정도다.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헌법보다 자신의 이익을 내세워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 나설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다만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즐기는 기류다. AP통신은 “트럼프 측은 디샌티스 정도를 제외한 어떤 후보도 반발 표심을 결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라이벌이 많을수록 좋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이외에 그는 기밀 유출 등 37건의 혐의로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했는데, 이 역시 강성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삼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둘 모두 싫다”…다이먼 등 주목
변수는 리턴매치 가능성 자체를 경계하는 움직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월가 내 고위인사 2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수는 둘의 재대결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WSJ에 “모두가 기적을 바라고 있다”며 “아무도 바이든과 트럼프를 바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월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반독점 규제 강화 기조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혼란을 각각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점에서 근래 트위터에서 일론 머스크와 대담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월가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대권 유력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월가 황제’ 다이먼(67) 회장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다이먼은 월가에서 이제 이룰 게 없다”며 “양당 중 어디인지 정치 성향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차기 리턴매치 관측은 고령의 나이로도 주목받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생인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2024년 11월 5일) 때는 거의 82세에 이른다. 재선 임기를 다 채운다면 86세에 가깝다. 나이에 무던한 미국마저 80대 중후반 대통령 가능성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46년 6월 14일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