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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만에 나온 이재용 ‘3년 플랜’..네가지 키워드는?

김상윤 기자I 2021.08.25 08:20:34

반도체…150조원 투입해 초격차
바이오…제2 반도체 신화 만든다
공채유지…3년간 4만명 직접 채용
상생확대…대기업 낙수효과 극대화

[이데일리 김상윤 신중섭 배진솔 기자] 빠르고 과감했다. 삼성이 향후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전략 사업에 240조원을 쏟아 붓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온 발표다. ‘총수 부재’라는 경영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삼성이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및 중소·중견기업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시 엔진을 돌리기 시작했다.

◇반도체..150조원 가량 투입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이사회 보고를 거친 후 24일 투자·고용과 상생 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 및 고용 계획은 이 부회장이 상당 부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주요 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각 사업부문별 간담회도 열었다. 이번 발표는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도 많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빠른 ‘화답’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24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중 180조원은 국내 투자다. 지난 3년 치 투자 금액(전체 180조원, 국내 130조원)을 훨씬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240조원 중 150조원가량은 반도체 투자 재원으로 쓰일 전망이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인 만큼 공격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반도체 ‘글로벌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도 고려됐다. 삼성은 이번 투자로 메모리 분야는 14나노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개발에 나서면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시스템 반도체 역시 선단공정 적기 개발 및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혁신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을 넘어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로 미세 공정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에 GAA를 적용해 대만의 TSMC를 앞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정한 약 20조원(170억달러)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도 곧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제2반도체 신화’ 만든다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분야도 ‘제2의 반도체 신화’로 만들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2곳 더 늘리고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CDMO에도 신규 진출한다. 삼성은 바이오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국가 안보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은 바이오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항체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한 상태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까지 완성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생산캐파(CAPA·생산능력)는 62만리터(L)로 CDMO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다.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0번째 제품이 임상에 돌입했고 이미 5개 제품이 글로벌시장에 출시되는 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CDMO 분야에서 5·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역할을 확보해 절대 우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시장에 신규 진출할 예정이며 바이오시밀러에서도 파이프라인 확대·고도화에 집중 투자한다. 아울러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클러스터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공채 유지..3년간 4만명 직접채용

삼성전자는 24일 2023년까지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하는 등 주요 관계사들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3년간 약 3만명을 고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첨단 산업을 위주로 고용을 확대해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으로 규모를 늘렸다. 전자업계에서는 향후 3년간 삼성의 국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56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 측은 “대한민국의 인재 인프라를 강화하면서 국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직접 고용을 늘리는 것은 물론 교육 기회도 제공하고 창업까지 지원해 청년들의 역량이 기업과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들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대신 공채 제도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을 제외한 4대그룹은 이미 공채에서 수시 채용 방식을 택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이미 수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시 채용은 회사가 아닌 사업부 또는 팀별로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공고를 내고 사람을 채용한다. 업무가 갈수록 세분화·전문화되는 상황에서 공채방식을 택하면 직무에 맞는 인재를 적시에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시가 유리할 수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까다로운 채용 조건을 맞추는 데 또다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청년들에게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공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돼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상생 확대..“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삼성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 방안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홀로 성장하기보다는 ‘낙수효과’를 최대한 키우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스마트 공장’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추진한다. 특히 기초 단계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중소기업 제조 역량을 고도·내실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삼성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삼성은 우수 협력사에게 지원하는 안전·생산성 격려금도 3년간 24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삼성은 또 국산화로 힘쓰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협력사에 대해 민관 연구개발(R&D) 펀드를 현행 200억원에서 300억원(중기부 150억원·삼성전자 150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지원한다.

삼성의 미래준비 방안에 중소기업 등 협력사 상생 방안까지 포함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삼성의 미래를 개척하면서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대한민국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동행철학이 담겨 있는 대목”이라며 “삼성은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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