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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반전’ 135일…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남은 시나리오는[마켓인]

허지은 기자I 2025.01.26 15:00:00

MBK, 형사 고발·주총무효 가처분에 올인
가처분 결과 따라 소송전 2~3년 이어질 전망
최윤범 회장, 임시주총 승리로 시간 벌었지만
2026년 3월 임기 종료…분쟁 장기화 불가피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MBK·영풍 측이 형사 고발과 주총무효 가처분을 예고하면서다. 임시 주총 종료 이후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지만,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 이상 봉합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MBK·영풍은 크게 ‘형사 고발’과 ‘가처분’ 등 두 가지 방안으로 최 회장을 압박할 예정이다. ‘탈법 행위’의 주범과 공범으로 최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물론 최씨 일가까지 모두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 임시 주총 무력화를 위해선 가처분과 무효·취소 소송을 병행한다. 지난 분쟁 135일간에도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3월 정기 주총에서 승기는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 ‘상호주 제한’이 막은 영풍 의결권, 되살릴 방법은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설 연휴 종료 이후 23일 임시 주총 무효를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주총결의 취소·무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일단 가처분으로 임시 주총의 효력을 정지시킨 뒤 추가 임시 주총 혹은 정기 주총에서 재차 승부를 겨루겠다는 의도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사 수 제한은 모두 무효가 되며, 임시 주총에서 제한된 영풍의 의결권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MBK·영풍은 최 회장 측이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위해 활용한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영풍 지분 취득으로 인한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상호간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 내 회사 간에는 상대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런데 SMC는 호주에서 설립된 외국 회사이자 유한회사로, 국내 법인과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상법상의 제한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고창현 변호사는 “외국 회사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 규제·감독을 위한 조항일 뿐”이라며 “상법상 ‘회사 자회사’에는 외국 자회사도 포함된다는 법무부 유권 해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외국 회사가 예외라는 조항은 특정 규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의 판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가처분에서 ‘상호주 제한’에 따른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상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향후 열릴 고려아연 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은 되살아난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40.98%(의결권 기준 46.7%)를 보유 중인 만큼, 단순 투표제 하에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한 MBK·영풍 측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 ‘고려아연→SMH→SMC→영풍’ 순환출자, 공정거래법 위반?

가처분 승패와 상관없이 MBK·영풍은 최 회장 측에 형사 고발도 예고한 상태다. 고려아연이 SMC를 활용해 만든 순환출자 제한이 공정거래법상 탈법 행위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법 36조는 ‘누구든지 제18조제2항부터 제5항까지 및 제19조부터 제25조까지의 규정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며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관련 탈법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2조는 ‘자기(고려아연)의 주식을 취득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영풍)의 주식을 타인(SMC)의 명의를 이용하여 자기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는 탈법’으로 규정하기에, 탈법 행위를 전제로 한 의결권 제한이 적용된 임시 주총은 적법하지 않다는 게 MBK 측의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한국 검찰에는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하게 되면 거기에 따른 과징금과 벌금, 회사에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하는데 그 자체로 배임”이라며 “영풍 지분을 취득한 SMC 임원도 호주 현지 로펌과 상의해 그 나라에 맞춰 고발이나 민·형사 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기전 대비하는 MBK…“서두르지 않을 것”

빠르게 결론이 나는 가처분과 달리 무효·취소 소송이나 형사 소송은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장기전이 예상된다. 임시 주총 효력의 무효·취소를 다투는 본안 소송은 최종 결론까지 2~3년, 최 회장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의 형사 고발 역시 1년 안팎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이제 조급해하지 않겠다. (MBK가 고려아연 지분 투자에 활용한 펀드는) 10년 만기 펀드고, 1년씩 두 번 연장이 가능하다”며 “지난 몇 달간 (최 회장과의) 분쟁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서 서둘렀는데, 그 결과는 뒤통수였다. 서두르지 않겠다. 저희는 시간 제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가처분에서 법원이 MBK·영풍의 손을 들어줘 23일 임시 주총 결과가 무력화된다면 최 회장 역시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이면 만료된다. 가처분 인용 후 3월 정기 주총에서 패배할 경우 최 회장 역시 MBK·영풍과 마찬가지로 주총 결과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무효·취소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 이기든, 지난한 법정 다툼과 사법 리스크 속에서 분쟁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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