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정식 변론을 연다. 탄핵심판이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변론은 2월 4일까지 다섯 차례 기일이 잡혔다. 추가 변론도 가능하다. 예정대로라면 3월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의 성패는 첫째도 공정, 둘째도 공정, 셋째도 공정에 달렸다. 헌재는 독립기관으로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정치권은 탄핵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장외 이전투구를 필사적으로 벌이고 있다. 헌재는 진흙탕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키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인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더불어민주당과 짬짜미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헌재는 내란죄 철회를 국회 측에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해명을 믿지만, 헌재는 한 점 의혹조차 나오지 않도록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이 9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12·3 비상계엄령 포고문이 “현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크다. 헌재가 변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계엄=위헌’이라는 예단을 가졌다는 인상을 줘서다. 또 헌재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군경 지휘부에 대한 내란죄 수사기록을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받기로 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기록이 자칫 유죄 심증을 굳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기일을 늦추기 위해 헌재가 다른 탄핵심판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은 변론준비기일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정해진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헌재에 대한 여야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질 공산이 크다. 난관을 뚫고 나갈 해법은 헌법과 법률에 있다. 헌법은 헌재 재판관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다(112조 ②항). 또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4조)고 규정한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를 대다수 국민이 흔쾌히 수용하려면 정치로부터 독립된 공정성 확보가 필수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