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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경기장·촬영장·피난처로…진화하는 전시컨벤션센터 [MICE]

이민하 기자I 2025.04.16 06:00:00

스포츠·공연·촬영 유치 사례 증가
공실 메우는 이벤트 임대 수요로
컨벤션센터 다목적 공간 진화 중
센터 본연의 기능 약화에 우려도

국내 최초로 작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HYROX) 경기 현장 (사진=하이록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지난해 2월, 글로벌 실내 피트니스 대회인 ‘하이록스’(HYROX)가 국내 첫 개최지를 인천 송도컨벤시아로 확정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기존 실내 체육관이 아닌 전시장이 선택된 이유는 넓은 면적, 높은 하중 견딤, 인근 호텔과 공항 접근성 등 종합적인 인프라 경쟁력이 작용한 결과였다. 규모 4165㎡ 공간에 1㎞ 트랙과 특수 기구가 설치됐고, 참가자가 3000명에 달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전시컨벤션센터가 단순 전시 개최 공간에서 벗어나 다목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내 스포츠 경기, 공연, 촬영은 물론 재난 대피소까지 그 활용 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전시 이외의 이벤트 임대가 장기계약 위주의 전시 예약 구조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통상적으로 준비 기간이 길어 대부분 2년, 늦어도 1년 전에는 대관이 확정된다. 이 때문에 당해년도에 갑자기 발생하는 전시 수요로 공백을 메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실내 스포츠 경기나 공연, 촬영 등은 6개월 이내에도 행사 개최가 가능해 센터 입장에선 ‘죽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다만 국비와 지방비 등 공공재정으로 건립한 전시컨벤션센터가 수익성 중심의 이벤트에만 치중된다면 본래 목적인 전시컨벤션 유치 및 개최라는 공공성과 마이스(MICE) 전문시설로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센터 활용법

인천 송도컨벤시아 전경
대표 사례는 하이록스를 포함해 다양하다. ‘하이록스 인천’은 올해 제2회 경기를 오는 5월 전관으로 확대해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 다트 국가대표들이 참여하는 ‘K-다트 페스티벌’도 인천에서 3년 연속 열리고 있다. 여기에 주짓수 대회는 세텍(SETEC), 대전컨벤션센터 등 전국 각지에서 개최 중이다. 울산 유에코에서는 지난해 ‘2024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의 합기도·태권도 시합이 열렸다. 또 수원컨벤션센터는 오는 5월, 인기 e스포츠 리그 ‘LCK 로드쇼 in 수원’개최가 예정돼 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도 크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1~2만㎡ 규모 대형 세트장을 안정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축구장 15개 면적에 바닥 하중 5t/㎡를 견디는 킨텍스를 선택했다. 킨텍스 관계자는 “촬영과 공연 임대 수입이 킨텍스 전체 임대 수익의 절반에 달하며,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해 제3전시장에 공연장 신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킨텍스는 ‘피지컬 100’ 외에도 포스트 말론, 노엘 갤러거, 임영웅 등 아티스트 공연부터 워터밤과 같은 대형 페스티벌도 유치하며 콘텐츠 저변을 확대 중이다.

컨벤션센터의 공공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경제진흥원은 올해부터 세텍의 유휴공간을 서울 소재 중소기업의 기술 실증 공간으로 무상 개방해 센터의 기능을 확대했다. 대만 가오슝 센터도 3년 전부터 세텍처럼 유휴공간을 스타트업 벤처 기업이 개발 중인 기술·서비스 실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의성 산불 당시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인근 요양병원 환자 300여 명의 대피 시설 역할을 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사찰에서 대피시킨 문화재 19점은 지금도 센터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팬데믹 시기 대구 엑스코는 시험장으로 전시장을 개방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안정적인 채용시험을 가능케 한 사례도 있다.

컨벤션센터 본연의 기능 약화 우려도 존재

국내 최초로 작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HYROX) 경기 현장 (사진=하이록스)
일각에선 “전시를 개최하기 위해 건립된 센터 본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컨벤션센터의 다목적화가 지역 내 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이벤트 유치가 고유 기능을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 시애틀은 약 18억 달러(한화 약 2조 5687억원)를 들여 워싱턴 주 컨벤션센터를 확장했지만 기대했던 방문객 수 증가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센터 재건축 계획을 추진 중인 댈러스도 방문객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투자가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센터 방문객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 이벤트에 치중된 행사 유치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도시들은 지나친 이벤트 중심으로 유치 전략이 컨벤션센터 전시·회의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고 지역 콘텐츠 생태계의 단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화봉 한림 국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센터는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라며 “전시, 이벤트 등 콘텐츠 다양성을 균형감 있게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센터의 본질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컨벤션센터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자, 콘텐츠 기획·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이를 인지하고 균형감 있는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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