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 등록금, 사립대의 3.9배…마른수건 짜기도 한계”

신하영 기자I 2025.01.18 07:12:13

백정하 사립대총장협 대학정책연구소장[교육in]
“올해로 17년째 등록금 동결…더 이상은 무리”
“첨단분야 교육·연구 투자↓…대학경쟁력 저하”

사진=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제공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제고등학교의 연간 등록금이 사립대의 3.9배에 달한다. 작년까지 16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마른 수건을 짜냈는데 더 이상의 동결은 무리다.”

백정하(사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대학정책연구소장의 말이다. 백 소장은 “우리 대학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국제 경쟁을 수행해야 한다”며 “교육·연구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며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국 151개 사립대들의 협의체인 사총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732만6000원으로 국제고(2847만2000원)가 이보다 3.9배 높다. 국제중(1280만9000원)은 사립대의 1.8배, 소위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유아학원(2093만6000원)은 사립대의 2.9배에 달한다. 심지어 사립대 등록금이 반려견유치원 연간 비용(1200만원)보다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인상을 규제했다. 올해도 교육부는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가 처음 시작된 2009년부터 따지면 17년째 동결정책을 유지 중이다.

백 소장은 17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들의 교육 여건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대학들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학문 분야의 교원 채용과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등을 못하고 있으며 노후화된 교육 시설도 개선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먼저 등록금 인상을 얘기할 정도”라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일반재정지원사업에 해당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와 고등교육특별회계 신설, 국가장학금 지원 등으로 재정난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백 소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고등교육예산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국가장학금과 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의 재정·운영에 실질적 기여를 못하고 있다”며 “국가장학금과 재정지원사업비는 학생들과 해당 사업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학에 필요한 운영비·관리비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백 소장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3년간의 물가 상승률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고등교육법에 따라 법정 한도 내에서의 인상 대학에는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 소장은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대학 교육은 많은 투자를 요구하며, 투자 없이는 발전과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고민하는 것은 지금까지 마른 수건을 짜면서 대학을 운영했지만 더 이상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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