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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측은 작년 화재원인으로 지목받은 ‘EGR’(배기가스 순환장치)과는 관련없는 화재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작년 화재로 잃어버린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탓이 커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주에만 BMW차량에서 4건의 화재가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세 건은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던 차량에서, 한 건은 주차한 차량에서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화재를 작년 화재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조심스런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화재 차량에 리콜 대상 모델과 리콜 대상이 아닌 모델이 섞여 있습니다. 화재 차량 중 640d·525d·320d 모델은 리콜 대상으로 이미 리콜 수리를 받았지만, 530d는 리콜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BMW는 문제가 된 EGR을 장착한 모델을 데상으로 리콜을 실시해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리콜받은 차량에서 화재가 났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부분입니다. 관련해 BMW 측은 “EGR문제로 화재가 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최근 화재는 외부 수리, 정품 미사용, 전손부활차 등 외부 요인으로 추정된다”며 적극 방어하고 있습니다.
방어 근거는 사고 차량의 과거 수리정보입니다. 29일 화재가 난 640d 차량에 대해선 “지난 10월 태풍으로 전손 처리된 차량을 중고차 매매상이 외부 수리업체에서 차량을 부활시켜 운행하다가 화재가 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전손 부활차’로 규정하고 화재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반박한 것입니다.
같은날 화재가 발생한 525d 모델에 대해선 “노후 DPF(배기가스를 걸러주는 필터)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리콜대상이 아닌 530d에 대해선 “해당 차량은 주행거리 30만Km 이상인데다 사고 이력이 5회있다”며 “사고 전 서비스센터에서 확인했을 시 엔진 오일 볼트가 정품이 아니었고 엔진 오일 누유가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BMW는 연이은 화재로 다시한번 체면을 구겼습니다. 사실 지난 1년은 BMW에게 악몽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불자동차’라는 오명을 얻은 작년 여름사태를 겪은 뒤 상당수 소비자가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실적은 전년도의 반토막 수준인 1만6602대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BMW는 신뢰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지난 8월 300억 원을 투자해 부품물류센터를 확장하고 AS 서비스 혁신 계획도 밝혔습니다. 또 자동차 화재 대처요령 세미나를 직접 진행하는 등 자신감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급 세단 7시리즈·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7 등을 론칭하고 연말에는 스포츠카 8시리즈도 출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다시 ‘불자동차’사태를 상기시키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쌓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쉬운 것, 바로 신뢰입니다. BMW가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반등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