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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의원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군·구청장, 시·도의회 의장 및 각 지역위원회 추천으로 정기적으로 선출된 인원 등이다. 대의원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및 당헌 제·개정 시 투표권을 행사한다.
대의원제는 과거 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지역별 당원 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행됐다. 특히 ‘호남당’이라고 불릴 만큼 호남권에 편중된 당원 비율을 다른 지역과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에서 시작됐다. 영남 등 당원이 적은 지역에 대의원을 둬 표의 대표성을 맞추자는 것이 대의원제의 취지다.
대의원제가 다시 주목 받게 된 것은 최근 불거진 ‘돈 봉투 의혹’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지난 2021년 5월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당시, 대전 동구 지역위원장이었던 강래구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당내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는 측에선 지역위원장과 대의원 간 짬짜미 ‘금품 수수’ 가능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의 등가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민주당에는 지난해 8월 기준 1만6284명의 대의원이 있다. 일정한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은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의원의 수는 권리당원의 1%를 웃도는 수다. 현행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표를 반영하는데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약 56명의 표와 맞먹는다. 권리당원에 속한 ‘개딸’은 과거보다 당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대의원-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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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에서도 대의원제 폐지를 촉구하며 ‘개딸’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최고위에서 “대의원을 지배하는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당 혁신의 시작이고 핵심이다. 당 대표도 한 표, 국회의원도 한 표, 대의원도 한 표, 권리당원도 한 표로 하면 돈 봉투는 사라진다”고 피력했다. 대표적 친명계인 김용민·민형배 의원도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내 11개 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원제 폐지를 요청했다.
반면 비명계에선 친명계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개딸을 등에 업고 의정활동을 하는 친명계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대의원제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개딸로 대표되는 권리당원의 힘이 더 세지기 때문에 차기 공천 등에서 친명계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개딸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대표 역시 당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돈 받은 사람이 문제라면 국회의원의 지분을 없애거나 지역위원장을 없애야지 왜 애먼 대의원 제도를 없애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전해철, 김종민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끄는 당 혁신위는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 대의원 영향력 축소 등을 핵심으로 내용을 담은 혁신안 초고를 보고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장경태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율을 현행 60:1→20:1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등 복수의 안을 제시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증가한 권리당원의 비율 반영을 높이자는 취지”라며 “최고위에선 폐지보단 대의원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