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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 명대사로 보는 계엄·탄핵 정국

김유성 기자I 2025.01.27 14:00:00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과 같다"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세기 명작 영화 100선을 꼽으라면 어김없이 들어가는 영화가 ‘대부’입니다. 3편까지 나온 이 영화는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 ‘콜레오네’ 집안 3대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비루한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콜레오네가 어떻게 ‘영향력’을 획득했지, 그가 또 어떻게 그 영향력을 키워나가는지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오늘날까지 호평받는 이유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거침없이 드러나는 데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끊임없는 부하들의 배신을 우려합니다. 내부 배신자를 걸러내야 하는 게 그들의 주요 일 중 하나죠. 늘 의심할 수밖에 없는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반대로 권력자들의 하수인들은 자신들의 충성을 입증해 보여야 합니다.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란 점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을 권력자에게 요구합니다. 오늘날 정치권을 비롯해 대부분의 조직이 이와 비슷합니다.

영화 대부에 대한 감상평은 숱하게 많습니다. 명대사도 많고요. 이들 명대사 중 오늘날 정치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져”

대부 3편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카 빈센트를 데리고 다니며 후계자 교육을 시킬 때였습니다. 다소 직선적이고 과격한 빈센트는 마이클의 형이자 한때 콜레오네 집안을 이끌 적자였던 ‘소니 콜레오네’를 닮았습니다. 불같은 성격의 소니는 결국 상대 마피아의 함정에 빠져 총알세례를 받고 죽었습니다.

이런 소니를 염두에 뒀는지 마이클은 빈센트가 라이벌에게 잔인하게 복수할 방법을 얘기하자 “안된다”고 호통을 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져. (Never hate your enemies. It affects your judgement)”

현실적이면서도 냉혹한 조언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적을 증오한다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일의 우선 순위를 놓치게 됩니다. 자기 파괴적인 결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21세기 한국 정치에 이를 대입한다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자신을 반대하고 발목을 잡던 야당에 대한 증오가 많이 대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소야대 국면이 컸지만, 한 순간을 참지 못했던 그의 분노 정치는 ‘정치적 자살’로 이어지게 됩니다.

조금 더 윤 대통령이 전략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이성적 판단에 따라 여소야대 난국을 헤쳐 나가려고 했다며 지금 그의 상황은 또 어떨까요?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어야 한다

대부2편에서 마이클 콜레오네는 아버지의 옛적 부하였던 프랭크 펜탄젤리와의 대화를 하면서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단순히 적을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곁에 적이 될 만한 사람을 두고 주시하라는 조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이 될 사람’과도 잘 지내는 척 위선을 보여야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무 자르듯 적과 친구를 명확히 가르는 것은 권력자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최근 탄핵 정국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그에 대한 탄핵 소추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적’으로 몰았습니다. 이른바 내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인데요, 그 전 여야 대치 상황을 봤을 때 이상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거대야당으로 본인들만의 세만으로도 충분히 윤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민주당이 탄핵 정국 속에 국민의힘을 ‘적’, 이른바 ‘내란 준동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에 신중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보수 지지자들의 결집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을까요?

또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어땠을까요? 협력해야할 대상을 적으로 만들면서 진짜 적을 간과했던 게 민주당의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말은 영화 대부에서도 가장 유명하게 회자되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1편에서 비토 콜레오네(마이클의 아버지)는 한물 간 가수 조니의 부탁을 받습니다. 영화에 캐스팅되고 싶다는 부탁인데, 마피아의 보스는 이런 후원자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힙니다.

비토 콜레오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영화 감독에게 하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좋게 말하며 구슬리다가 여차하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협박을 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설득의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말이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또다른 형식도 있을 것입니다. 제안을 받는 상대가 손익을 따져보고 제안을 받게 하는 형태입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협상과 설득의 형태입니다.

막후 교섭과 대화가 사라진 국회에서는 오직 힘의 대결만 남았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협상과 설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덜했을 것입니다.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이다

대부 3편에서 마이클 콜레오네는 ‘우정과 돈은 물과 기름’(Friends and money - oil and water.)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자됩니다. ‘돈 앞에 의리 없다’라는 말로도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이 돈은 ‘권력’ 등과 같은 이권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개혁신당 내 갈등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라는 말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023년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천아용인’이 결국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된 것이죠.

찬아용인 1기는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었고 이후 2기는 천하람, 허은아, 김용남, 이기인으로 이어집니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이자 친윤 일색 정당에 새 바람을 넣으려고 했던 신진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시도는 ‘부분의 성공’이란 귀결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천하람 의원이 기적적으로 원내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서사를 썼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20~30대 남성 팬덤을 기반으로 대권주자로까지 올라설 정도가 됐습니다. 허은아 전 의원도 개혁신당 대표로서 정치권 내에 ‘살아 있음’을 보여줬고요.


그러나 개혁신당 당권을 두고 이들은 결국 분열하고 말았습니다. 그 안에서도 이준석계와 허은아계 혹은 비이준석계로 나뉘고만 것인데요, 지금은 서로 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자금 유용을 둘러싼 고소·고발전까지 벌어질 상황입니다. 더 이상은 봉합되기 어려워 보일 정도입니다.

소수정당 개혁신당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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