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가격 또 오르나…트럼프 폭탄에 현대차·기아 영업익 '빨간불'

김형욱 기자I 2024.11.30 10:11:22

트럼프 신정부 관세 20% 부과 땐,
글로벌 車산업 ‘먹구름’
미·유럽 車회사 EBITDA 20% 이상↓
현대차·기아도 10% 이내 하락 전망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 후 앞서 발표한 공약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의 자금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만, 캐나다·멕시코 생산 비중이 적은 현대차·기아는 다른 미국 진출 유럽·미국 기업 대비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9일(현지시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가 트럼프발 자동차 수입 관세에 각오를 다지다(Buckles up)’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들어오는 승용차에 멕시코·캐나다는 25%, 전 세계를 상대로 2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들 기업의 자금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EBITDA가 평균 17%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EBITDA는 통상적인 기업 당기순이익에 이자비용과 세금, 유·무형 감가상각 비용을 더한 것으로 통상 여러 국가의 기업간 현금 창출력을 동일한 기준으로 추정하는 데 활용하는 지표다.

제조사별로는 일부 유럽과 미국 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볼보나 JLR(재규어·랜드로버) 같은 유럽 고급 브랜드는 대부분 물량을 유럽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기에 관세 부과에 따른 EBITDA 감소 폭이 크다고 봤다.

또 미국 제네럴모터스(GM)나 미국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포함한 스텔란티스 역시 멕시코·캐나다에 생산 기반이 많기에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과 함께 관세 부과를 시행한다면 이들 기업의 내년 EBITDA는 2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역시 EBITDA가 10~20%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는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EBITDA 감소가 10% 미만 기업으로 분류됐다. 트럼프의 최우선 타깃인 캐나다·멕시코 생산 기반이 상대적으로 적어 관세 부과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기아도 멕시코 공장에서 K4, 투싼 등 모델을 생산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그 비중이 적기에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되도 EBITDA 영향은 2% 수준이란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일본 도요타는 멕시코는 물론 캐나다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대차·기아도 적잖은 물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20%의 보편관세 부과 땐 최대 19%까지 EBITDA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택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 기간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예고가 어떤 방식으로 실제 통상정책에 반영될 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신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통상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내년 이후 트럼프 신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와 유럽의 탄소규제 강화, 중국·유럽 간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며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이들은 이 부담을 (가격 인상을 통해) 고객에 전가하거나 이익률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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