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체르노빌 야생동물 생태계에 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29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황폐해진 지역에 야생동물이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짐 스미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한국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20여 년에 걸친 조사 결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 대형 초식동물들이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이 번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최악의 원전사고에 사람이 떠나가자 자연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원전 사고 이전보다 체르노빌의 야생동물 수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체르노빌 야생동물 번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는 말코손바닥사슴(엘크), 유럽노루, 붉은 노루, 멧돼지 등 대형 초식동물들이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은 인근 자연보호구역 네 곳과 거의 같은 서식 밀도를 보였다.
또 늑대는 7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체르노빌 야생동물 연구를 이끈 스미스 교수는 “체르노빌의 야생동물은 오히려 사고 이전보다 수가 늘어났다”며 “방사능이 야생동물에게 좋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이 농업이나 벌목·사냥으로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해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체르노빌 야생동물 연구 결과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해당 지역의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여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