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반도체 다운사이클 시점에 대비해 자율주행·정밀화학 등 기존 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바이오·양자 등 첨단기술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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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반도체를 뺀 우리나라 수출은 2022년 5527억달러(약 811조원)로 정점을 찍은 이후부터 줄곧 정체된 상태다. 2023년엔 3.7% 감소, 2024년엔 1.7% 증가, 2025년엔 다시 1.0% 감소하는 등 매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전체 수출은 2023년 이후 매년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신기록 행진 중이지만,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하나를 빼면 전체 수치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월 누적 수출액은 1333억달러로 전년대비 31.3% 늘어난 호실적을 기록 중이지만, 이는 수출이 전년대비 130.8% 폭증한 반도체 영향이 절대적이다. 반도체 외 수출 증가율 역시 7.2%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와 바이오헬스 2개 품목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2월 들어선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10개 품목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반도체·컴퓨터·선박·무선통신·바이오 등 5개 품목 수출은 늘었지만, 디스플레이·자동차·자동차부품·일반기계·석유제품·석유화학·가전·섬유·철강·이차전지 등 나머지는 일제히 역성장했다.
2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 관세 리스크 속에서도 올 초까지 수출 증가 흐름을 유지했으나 2월 수출은 20.8% 급감했다. 더욱이 지난달 미국 관세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앞으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는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작년엔 미국 관세 인상 예고 속 물량이 앞당겨 나가는 선(先)수요 효과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이마저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 변수와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를 예년 수준에서 크게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품목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석유화학과 철강, 기계 등 다른 전통 산업도 글로벌 공급과잉 등 여파로 부진한 상태다. 정부가 육성 중인 5대 유망소비재(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생활용품·의약품)도 아직은 그 규모가 작고, 그나마 농수산식품과 생활용품이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포스트 반도체’ 첨단기술 육성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뺀 사실상 모든 전통 제조업이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모두가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세 리스크, 중국 제조업 경쟁력의 강화와 공급과잉,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탄소규제 등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기인 현 시점에서 기존 전통 산업의 고부가화를 서두르는 동시에 ‘포스트 반도체’가 될 수 있는 미래 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문제의 핵심은 반도체 비중이 너무 큰 게 아니라 반도체 이외 산업의 수출 증가율이 낮거나 마이너스라는 점”이라며 “기존 전통산업은 중국과 가격으론 경쟁할 수 없는 만큼 결국 각 산업이 기술과 부가가치 우위를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하면 전체 수출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일부 업종 편향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화학 소재를 정밀화학 소재로 고도화하는 등 우리만 생산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를 확보하는 쪽으로 산업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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