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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앞으로 뇌졸중 환자 10명 중 8명은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입원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될 수 있다.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술이나 수술하지 않는 환자는 적절한 치료기회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뇌졸증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 뇌경색 환자 10명 중 4명 심한 장애 남는데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발생하는 필수중증응급질환이다. 암, 심장질환, 희귀 난치성 질환과 더불어 4대 중증질환에 속하며, 국내 사망원인 중 4~5위에 해당한다. 현재 뇌졸중은 매년 11만~1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며, 2050년에는 35만명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뇌졸중에서 골든타임 내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골든타임 내 치료가 강조되는 것은 뇌경색이며 증상 발생 4.5시간 내에는 정맥내혈전용해제, 큰 대뇌혈관이 막혔다면 가능한 6시간 이내에는 동맥내혈전제거술이 시행돼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좋은 예후는 후유장애가 최소화되어 뇌졸중 이후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회복되는 것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장애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에는 발음장애, 안면마비, 편측마비, 실어증 등이 있는데 증상이 생기고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적절하게 초급성기 치료를 받았을 때 제일 좋은 예후인 후유장애가 전혀 없이 회복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 중 증상이 없이 퇴원하는 환자는 전체 15%다. 시간이 지나 3개월 6개월 이후에는 처음보다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나 약 40% 정도의 환자는 모든 생활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로 심한 장애를 남기기도 한다.
◇ 필수중증응급질환인데도 일반질환 분류
이처럼 뇌졸중은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심할 경우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는, 나이가 들며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질병이다. 문제는 뇌졸중이 현재 국내 진료 체계에서 일반진료질병군, 즉 일반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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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는 9월부터 경증환자 진료를 최소화하고 중증, 응급환자가 줄 서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병원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반병실을 줄여 중환자 병실 확대하고 의사들의 진료 보상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 일환으로 상급 종합에서 중증질환을 보는 전문진료질병군 진료를 34% 이상하도록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앞으로 ‘상종’ 자격을 유지하려면 자연스럽게 전문진료질병군 진료를 위주로 하게 될 것이고 일반진료질병군 질환, 단순 진료질병군 질환 진료를 줄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되어 있는 뇌졸중은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진료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더라도 시술이나 수술하지 않는 80%에 해당하는 환자는 입원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될 수도 있다.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중요한 상황에서 환자는 적절한 치료기회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뇌졸중은 정부가 진료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필수중증응급질환 중 하나다. 뇌졸중이 ‘일반질환’으로 되어 있는 것은 정부의 필수의료를 위한 여러 대책과 불일치할 수밖에 벗는 상황이다. 필수의료인력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일반질환’인 뇌졸중을 진료하는 인력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필요성이 줄어들어 감소할 것이며, 2050년에 매년 35만명씩 발생하는 뇌졸중을 진료하는 뇌졸중 전문의 확보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뇌졸중은 우리의 행복한 노년생활과 직결되는 주요 질환이고, 필수중증응급질환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올해 진료군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지금이 ‘일반 질환’으로 되어 있는 뇌졸중을 질병 특성에 맞춰 ‘중증 질환’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올해 질병군에 대한 개선이 초고령화 사회를 위한 의료 시스템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