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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장에서 길러진 먹거리가 밥상을 위협한다

김은비 기자I 2020.12.16 06:00:00

푸도폴리
위노나 하우터│492쪽│빨간소금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미국 서부영화와 컨트리 음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모습이 있다. 건강한 카우보이들이 서부 목장에서 소떼에 올가미를 멋있게 던지는 모습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공장식 축산 방식을 채택한 일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약 50만명의 목장주가 소떼를 팔고 폐업했다. 남아 있는 목장주 80만명 중 다수는 이윤이 남지 않거나 손해를 보면서 소떼를 팔고 있다. 그 결과 오직 4개 회사가 미국 육우의 80%를 생산하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책은 그 답이 ‘수직통합화’에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1년에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를 소비한다. 단일 구매자 가운데 쇠고기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업체인 맥도날드는 1년에 45만 4000t을 구매하고 약 13억 달러를 지불한다.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면서 농업은 점차 이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전통적 개별화 방식과 달리 지금은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이 한 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타이슨 푸드가 공장식 비육장에서 소를 기르고, 자체 도살장에서 도살·정육한 뒤 맥도날드에 공급하는 식이다.

먹거리가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면서 자연에는 큰 피해가 생기고 있다. 거대한 창고 속에 빽빽이 들어찬 수천 마리의 가축은 수 톤의 액체 및 고형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과다 사용한 농약, 비료와 가축 배설물로 인해 호수·강·하천과 해양 생태계가 오염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은 부족한 가공식품을 주로 먹게 되면서 과체중과 영양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어른의 35%, 어린이의 17%가 비만을 겪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고기, 채소, 곡물 등 먹거리의 생산·유통 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의 먹거리 운동가인 위노나 하우터는우리의 먹거리와 생태가 위기라고 경고한다. 소수 대기업에 의해 먹거리가 생산, 통제되는 ‘푸도폴리’, 먹거리 독점 때문이다. 저자는 그 단면을 다양한 사례와 수치로 보여준다.

가공식품의 대안으로 나왔던 유기농 식품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유기농 식품은 소규모 가정 재배에서 식품 기업들이 지배하는 연매출액 약 300억 달러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유기농 식품과 자연식품이 수지가 맞는 사업이 되자 월마트 또한 행동에 착수했다. 효율적인 유통망으로 유명한 월마트는 2006년 자사가 판매하는 유기농 제품의 숫자를 늘렸다. 유기농 제품을 관행 제품보다 10% 높은 가격에 판매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월마트뿐 아니라 현재 20개 식품 기업이 미국인이 먹는 식량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유기농 제품은 많은 소비자가 유기농 제품에서 기대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대형 식품 회사들과 제휴해 월마트가 이미 판매하고 있던 가공식품들을 유기농 버전으로 만드는 것에 불과했다.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으로 대체하고 방부제를 없애는 것이다. 심지어 월마트의 신선 식품 담당 임원은 “유기농 시장 진출은 단순히 마케팅 전략”이라며 “다른 음식보다 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자는 식량 생산 시스템의 구조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좋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는 ‘로컬푸드운동’만으로는 푸드폴리를 해체할 수 없다”며 “완전한 구조적 변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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