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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는 직업전문학교에서 귀금속·각종 기계 부품을 다루는 기술을 배워 휠체어 제조사에 다니게 됐지만 두 발로 딛고 걷는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됐다.
그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료진의 소개로 올해 초 공경철(36)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을 만난 그에게 ‘불가능한 꿈’은 ‘희망’이 됐다.
공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Walk-On)을 만나면서다.
반평생을 휠체어에 앉아 생활해 온 그에게 워크온을 착용하고 걷는다는 것은 갓난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보다 힘겨웠다.
하지만 9개월 여 동안 땀 흘린 결과 국제대회 수상이란 결실을 맺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의 ‘엑소레이스’(외골격 착용 로봇) 종목에서 독일과 미국팀에 이어 당당히 동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장애인 재활을 위한 의공학 분야 최고 기술을 겨루기 위한 사이배슬론은 기계인터페이스와 의족, 의수 등 6개 종목으로 나눠 올림픽 형태로 치러졌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 미국과 일본, 독일 등 25개국 74개 팀이 출전했는데 인터넷 생방송 순간 시청자가 1억뷰(view)를 돌파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 만으로도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출전을 결심한 그는 생업까지 뒷전으로 하고 일주일에 사흘 이상 연습에 몰두했다. 그러나 세상의 편견 탓에 대회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공 교수는 “로봇으로 굳이 장애인을 돕는 ‘비대중적인’ 일을 하려 하느냐는 시선 때문에 훈련 장소를 섭외하기도,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와 연구팀의 피땀 어린 노력에 결국 화답했다.
공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온 5000여명의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줬다”며 “(김 선수가)중간에 포기하려 하자 ‘힘내라’며 환호성을 질러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공 교수는 “경기가 끝날 때 김 선수가 ‘사실 엄청 포기하고 싶었다. 근데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처음 로봇을 입고 뚜벅뚜벅 걸을 때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날으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는 그는 “이번 대회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모든 장애인들이 두 발로 다시 설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댕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 교수 연구팀은 이제 입는 로봇을 상용화하는 방안을 고안 중이다.
로봇 단가 절감 등 일반에 상용화 하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공 교수는 “입는 로봇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될 수 있게 해 장애인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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