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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010130)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9월 고려아연 대주주인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했고, 이에 반발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역공에 나서며 분쟁이 본격화했다. 벌써 석 달 넘게 이어온 경영권 분쟁은 오는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MBK파트너스가 내세운 명분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제련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최 회장 취임 이후 수익성 악화와 차입금 증가 등으로 기업가치가 억눌렸다는 주장이다. 오너 일가를 견제 해야 할 이사회도 제 기능을 하지 못 한 만큼, 대주주인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선진 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과도한 여론전이 시작되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엔 ‘중국계 자본’ ‘약탈적 사모펀드’ ‘기술 문외한’ 등의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최초 제시됐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은 난무하는 비방 사이에 묻힌 지 오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기업과 추가 딜을 진행하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인수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상장사들의 ‘경계 1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MBK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손 잡고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맞서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당시 MBK는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을 훌쩍 넘기며 최종 실패한 바 있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금융 당국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노동조합 등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도 사모펀드의 과제가 됐다. 이번 고려아연 분쟁 초기 온산제련소가 위치한 울산 지역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MBK의 적대적 M&A를 규탄한 점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 노조 역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연대투쟁을 논의하며 MBK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경영권을 인수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나 인력 재배치 등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뒤 재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바이아웃 펀드의 전략이었다”며 “현재는 명분과 여론을 얻지 못한 경영권 인수는 실제론 성공하더라도 실패나 다름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