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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앤랩’s IP매뉴얼] 퍼블리시티권, K-컬처를 부탁해

이대호 기자I 2022.03.06 10:21:57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2000년대 초,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다. 덩달아 배용준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드라마 촬영지인 춘천, 남이섬을 방문하는 일본관광객도 크게 증가하는 등 내수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배용준은 일본에서 ‘욘사마’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이에 배용준(소속사 키이스트)은 ‘욘사마’를 상표출원하여 등록받게 된다.

몇 해가 지난뒤 한 여행기획사가 ‘욘사마즈쿠시 투어’라는 이름의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욘사마즈쿠시(づくし) 투어’는 배용준이 자주 다니는 장소와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는 일정의 여행상품으로 배 씨와 키이스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채 판매되었다.

이에 배 씨와 키이스트는 “피고가 배 씨의 단골 미용실, 헬스클럽 모교 등을 묶은 여행상품 욘사마 즈쿠시 투어의 예약을 대행하면서 이름과 예명, 사진을 무단 사용했다”며 여행기획사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다른 여행사의 상품 예약을 대행만 했고 예명만 사용했으며 배 씨의 초상은 사용한 바가 없다”며 반소를 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원은 원고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주었다. 재판부는 “고유의 명성, 사회적 평가, 지명도 등을 획득한 배우나 가수 등의 예능인, 연주가, 스포츠선수 등과 같이 대중의 인기가 뒷받침되어 그 존재가 널리 사회에 알려진 유명인사의 성명과 초상 등을 상품에 붙이거나 서비스업에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상품의 판매촉진이나 서비스업의 영업활동의 촉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즉, 피고는 원고의 허락없이 초상을 사용했고, 일본인에게 인기가 있는 원고의 흡입력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은 원고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위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 흔치 않은 사례다. 퍼블리시티권은 우리 법제상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판결이 정립되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였으나 이를 인정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일례로 BTS 화보집을 무단으로 출판해 판매한 사건에서 BTS의 대리인은 BTS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을 주장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최근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법률적 근거(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타목**)가 마련돼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의 부정경쟁행위란 ①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②(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③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타목: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퍼블리시티권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 등을 해칠 수 있어 법에서는 단서를 많이 붙여놓았다. 먼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란 상표법에 명시된 ‘주지성’을 뜻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주지되어 있을 필요는 없고 일정한 지역범위 안에서 거래자나 수요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즉,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는 위 배용준 퍼블리시티권 사례처럼 인지도나 고객흡입력이 존재해야 한다.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는 상식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그 외에 어떠한 것들이 인정될 것인지는 모호하다. 한편 ‘타인’은 자연인을 의미하며 단체는 적용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은 일반조항으로서 그 의미가 명확히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종전에도 같은 내용의 규정이 존재하여 판례상 법리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여 성립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란 권리자의 허락없이 초상 등을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경우를 말하는데, 이때 권리자는 침해자가 얻은 이익이 자신으로 유명세 또는 흡입력으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K-문화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시점에 수십년간 논란이 되었던 퍼블리시티권이 명문화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다만 모호한 부분도 존재하는 바, 퍼블리시티권 관련 사건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고 내용은 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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