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7월 31일 ‘캠핑 물품이 집으로 배송될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런 주문을 한 적이 없는 A씨는 무슨 영문인지 알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범죄에 연루돼 계좌를 조사해야 한다”며 겁을 줬다.
범행 일당은 A씨에게 가짜 검찰 및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해 신분을 속였고, 현금 2억원을 출금해 금감원 ‘김태환 대리’를 직접 만나 전달하도록 유도했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에 속아 총 9차례에 걸쳐 일당에게 22억 8000만원을 건넸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수법이 크게 변했다. 계좌이체 등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만나 돈을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계좌이체 활용 보이스피싱 범죄는 1만596건으로 전년(3만517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8년 역시 3만여건의 계좌이체 활용 범죄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 변화다.
반면 직접 만나 돈을 건네받는 방식(대면 편취)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9년 3244건에서 2020년 1만5111건으로 4.7배 늘었다.
이선진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지급정지 제도 등으로 은행등에선 범행을 저지르기 어려워지다 보니 사기범들이 직접 현금을 편취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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