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르포]경주 방폐장 완공.."60년간 방사성 쓰레기 걱정無"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성훈 기자I 2014.07.13 11:00:47

경주 방폐장 6년만에 완공..19년만에 국내 최초·유일 방폐장
향후 60년간 80만드럼 처분가능
원안위 인허가 심사 진행중..26개 항목중 24개 완료

[경주=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천년고도(千年古都)의 도시 경상북도 경주. 11일 경주 시내에서 문무대왕릉 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50여분을 달렸다. 바다와 함께 월성 원전 1·2호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달 공사를 끝마친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경주 방폐장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중저준위 방폐물을 보관·처분할 수 있는 곳이다. 원전, 연구소, 병원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이나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낮은 폐기물이 앞으로 이곳에 묻힌다는 얘기다.

방폐물이 묻히는 곳은 지하 동굴이다. 지상에서 10도의 기울기를 따라 1415m 길이의 동굴로 들어가면 해수면보다 80~130미터 낮은 곳에 사일로(처분고) 6기가 있다. 사일로는 지름 30m, 높이 50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한 기당 1만6700개씩 총 10만개의 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 한 해에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은 약 2300~2500드럼 가량이다.

사일로는 특히 내진 1등급으로 건설돼 리히터 규모 6.5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 과거 경주시민 대표로 월성 원전 1·2호기 현장을 방문했던 김모씨는 “시민들의 불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폐장에서 처분되는 폐기물이 주로 옷가지나 물품인데다,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 규모에도 문제가 없다는 얘길 듣고 대부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라고 전했다.

향후 60년간 방사성 쓰레기 걱정無

경주 방폐장 1단계 건설공사 개념도 <자료=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폐장은 2008년 8월 공사를 시작해 6년 만인 지난달에서야 완공됐다. 안전성 논란으로 두 차례 공사가 중단됐던 탓에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이다. 사일로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인허가 기준 26개 중 24개는 이미 승인된 상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수 문제와 관련해 2개 항목이 심사중에 있다. 지상지원시설은 2010년 완공돼 이미 인허가를 받아 한울·월성원전 등의 방폐물 4243드럼을 보관하고 있다.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지하수 유출에 따른 방사성물질 누출 우려에 대해 사일로 주변에 지하수가 있어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그리고 철저히 보강공사를 했습니다”라며 “방폐물 처분이 끝나면 사일로의 빈 공간을 쇄석으로 채운 뒤 입구를 콘크리트로 봉인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일로 폐쇄 후에도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을 일반인 연간 허용 기준의 100분의 1인 0.01mSv 미만으로 관리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일반인이 암치료나 전신CT 촬영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각각 6000mSv, 100mSv 가량이다.

공단은 1단계 10만 드럼에 이어 2단계 12만5000드럼 규모의 천층처분장 건설도 추진중이다. 2단계 공사까지 마치면 214만㎡ 부지에 향후 60년 동안 원전,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발생한 80만드럼의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이 이사장은 “1단계는 공사를 더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습니다. 9~10월까지는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2단계도 투명한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방폐물의 안전성을 적극 알려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9전10기..“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워야”

공단에서 만난 임직원 모두가 2005년 11월3일을 입에 올렸다. 경주 방폐장 유치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날이다. 투표율 70.8%에 찬성률 89.5%였다. 다만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동굴처분 방식이 채택됐다. 공단 관계자는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임직원들 모두가 그동안 고생했다면서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 사일로 건설 현장(왼쪽)과 완공된 모습.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철근으로 사일로를 감싼 뒤 콘크리트로 덮었기 때문에 지하수가 들어올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공단은 현재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경주 방폐장 완공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폐장 공사 논의가 처음 시작된 1985년부터 19년 동안 9개 도시에서 쫓겨났다. 공단 임직원들은 안면도, 굴업도, 울진, 영덕, 장항리, 부안 등 전국을 떠돌았다.

욕설과 비난, 물벼락은 기본이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아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허다했다. 피를 흘리고 있어도 병원에선 치료를 거부했다. 공단 한 직원은 “다쳤을 때 몇 시간을 걸려 다른 지역 병원에 가 치료를 받는가 하면, 배가 고픈데 일부 식당에서 음식을 팔지 않아 끼니를 거르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안에서 쫓겨난 뒤였다. 2004년 3월28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됐다.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구분해 방폐장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주, 포항, 영덕, 군산 등 4개 도시가 방폐장을 서로 유치하겠다며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공단 관계자는 “저희도 원전을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합니다. 그저 과거에도 지금도 원전을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게 아쉽습니다”라며 “그동안 싼 가격에 많은 에너지를 썼으니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 19년 동안 많은 고충을 겪어왔기에 엄청난 먼지와 소음에도 이를 악물고 동굴을 팠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의 피와 땀이 묻혀 있는 곳입니다”라고 거들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