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채권시장 전문가 183명 중 28명(15.3%)이 HD현대케미칼의 현재 등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하면서 워스트레이팅 7위에 선정됐다. HD현대케미칼의 현재 신용 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 두 곳에서 ‘A, 부정적’이고, 한국신용평가만이 ‘A, 안정적’을 부여하면서 등급 스플릿(불일치) 상태다.
전체 응답자 28명 중 등급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은 22명을 차지했고, 반대로 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6명에 불과했다. CA그룹 중에는 13명이 등급 하향에 표를 던졌고, 상향을 선택한 사람은 두 명에 불과했다. 비CA 그룹 중에서는 9명이 등급을 하향해야한다고 선택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4명은 오히려 등급을 상향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전반적인 업황 악화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역시 사정이 좋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주주사와의 깊은 관계가 업황이 악화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조4000억원을 투자한 HPC 설비도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HPC공장은 대산공장 내 66만㎡부지에 세운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로, 납사 대신 탈황중질류나 부생가스 등 정유공정 부산물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투자로 인해 총차입금이 지난 3월 말 기준 3조8127억원까지 뛰었다. HPC 수익성이 의미있는 수준까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재무안정성 개선이 지연됐고,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13.7배,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64.8%로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신용도 하방압력도 높은 수준이다.
실적도 우울하다. HD현대케미칼의 지난 2022년 영업이익은 3328억원이었지만, 작년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피해갔다. 올해 상반기 역시 1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작년보다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HD현대케미칼의 상황이 더 이상 악화하기보다는 느리게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개선과 이에 따른 재무상태 회복도 점진적으로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한기평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하겠지만 완만한 업황 반등을 감안하면 실적 회복은 제한적일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다만 HPC 제품군의 높은 원가경쟁력, 석유화학제품의 신·증설 규모 축소에 따른 수급 정상화 등에 힘입어 단기 영업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5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