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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한은, ‘퇴직 러시’ 줄줄이 늘어나는 이유는

하상렬 기자I 2024.10.09 07:00:00

5년간 의원면직 퇴사자 142명
2030세대·15년차 이하 비중 커
결국 '보수'가 문제…실질 임금인상률 마이너스
"처우 수준 포함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 정착 노력"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연봉에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과거 ‘신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한국은행이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정원에 한참 미달한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직원들의 ‘퇴직 러시’도 이어지고 있어 이들의 처우 개선에 보다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연합뉴스)
9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은의 퇴사자 수는 총 615명으로 집계됐다. 퇴직 사유별로 보면 △정년퇴직 453명 △의원면직 142명 △징계면직, 당연퇴직 등 기타 20명이다. 정년이 찼거나 징계로 퇴직한 것이 아닌 중도 퇴사자는 142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중도 퇴직자의 연령대를 보면 △20대 이하 24명(17%) △30대 61명(43%) △40대 31명(22%) △50대 이상 26명(18%)이다. 입행년도로 따졌을 땐 △2020~2024년 23명(16%) △2010~2019년 70명(49%) △2000~2009년 26명(18%) △1990~1999년 13명(9%) △1970~1989년 10명(8%)이다. 2030세대이자 15년차 이하 근무자들이 한은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정원 2360명에 한참 못 미치는 2000명대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임금피크제, 1년 이상 육아휴직, 입영휴직 등을 제외한 현원은 △2020년말 2033명 △2021년말 2024명 △2022년말 2008명 △2023년말 2026명 △2024년 6월말 2093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퇴직자 중 대다수(98명)의 퇴직 사유는 ‘전직’이다. 결국 ‘보수’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작년 기준 한은 신입직원 연봉은 5370만원,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740만원이다. 과거보다 처우가 개선되고 있지만, 민간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 지난 4년간 한은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1.45%로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2.93%)의 절반 정도다. 실질 임금인상률이 마이너스(-) 수준인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들어 30대 이하 직원들의 전직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해진 ‘MZ세대’ 변화된 직업관에 더해 한은을 포함한 공공부문 처우 수준이나 조직문화 등 근무 환경이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의원은 “2030세대 이탈로 인한 세대 단절과 업무 공백이 한은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며 “저연차 퇴직자 감소를 위해서는 워라밸, 능력에 비례하는 승진과 인센티브 등 젊은 층의 달라진 직장관을 반영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박 의원실에 “앞으로 한은은 대내외 의견을 폭넓게 경청해 직원들의 처우 수준을 포함해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 정착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료=박성훈 의원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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