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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선행학습[송길영의 시대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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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1.02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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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선행학습[송길영의 시대중계]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팬데믹을 지나며 우리의 습관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변화 중 하나가 혈당에 대한 관심입니다. 2020년대 들어 ‘혈당 스파이크’라는 표현까지 일상에서 흔히 쓰이기 시작하며 우리 몸 안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행위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CGM)라고 불리는 장치는 피부 아래에 가느다란 센서를 삽입해 부착합니다. 제품에 따라 대략 10일에서 15일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피부 아래 조직액의 포도당 농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합니다. 사용자는 식사를 하며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을 때 혈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거의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후 산책이나 운동이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진찰 후 의사 선생님들이 건네는 ‘좋은 음식을 적당히 드시고 운동하시고 많이 움직이세요’라는 조언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문제는 의지력입니다. 알면서도 매번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 속 그래프에 자신의 행동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확인하면 막연한 조언보다 구체적인 실천의 동기를 얻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환자나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사람들에게까지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 연속혈당측정기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미래의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현대로라면 ‘더 오랜 시간 동안 건강하게 살 것이고’, ‘나중에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할까 두렵고’, ‘당뇨병은 신장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에’ 아프기 전에 미리 준비하겠다는 결의가 보입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건강함에도 더욱 건강을 준비하는 이들로 건강도 선행학습하는 태도를 가지는 듯합니다.

이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됩니다. 아침의 명상이나 책 읽기, 점심 식단 관리, 정시 퇴근과 저녁 운동의 루틴을 충실히 지켜 나가는 이들의 일상이 매일같이 쌓여 공개됩니다. 무리한 야근과 잦은 음주를 성공의 대가로 받아들이던 과거의 직장 문화 대신 매일을 잘 살아가면서도 사회적 성취를 이어가는 ‘무리하지 않는 삶’이 새로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경제에서 과로는 내일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자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개인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소진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 결과 투자할 자산의 목록에 자신의 건강과 일상이 더욱 중요하게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힘입니다. 지금껏 개인의 투철한 의지와 자기 절제로 이루어지던 일상의 원칙들이, 나의 의지만 믿는 대신 측정된 결과를 참고해 스스로 조정하는 작업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물론 측정된 숫자가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지금껏 보이지 않던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창이 하나 더 생긴 것입니다. 혈당 측정을 건강관리 혹은 의료라는 산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볼 수 있는 체계가 확장됐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때 더 큰 변화의 축이 보입니다.

매일의 섭생과 운동을 관리하다 보면 건강은 특별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을 구성하는 습관이 됩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해지기 위해 늘 책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살피는 이들이 모인 사회에서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집니다. 예전에는 부장님의 ‘끝나고 맥주 한잔 어때’라는 말에 모두 따랐다면 이제는 헬스 예약이 있어 참여할 수 없다는 답도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사회가 달라지는 이유는 단순히 규범이 바뀌어서가 아닙니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피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지는 일이 점점 쉬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유령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본 스크루지와 같이 스스로를 안팎으로 바라보며 각성한 각자는 더 나은 선택으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채워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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