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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미 디지털 기술 동맹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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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0.19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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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미 디지털 기술 동맹이 필요한 이유
[알렉산더 그레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 비서실장] 70여 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떠받쳐 온 한미 동맹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외교 안보를 넘어 기술 패권 경쟁이 국제 질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정치·외교·안보 분야에 머무르던 한미 양국 동맹의 범위를 ‘기술’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미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근시안적인 디지털 규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는 현대화된 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미 동맹을 기술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선 혁신의 기회와 성과를 극대화하고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디지털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2025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이 놓여야 한다. 이 협정은 단순한 관세 인하 합의를 넘어 디지털 분야의 비차별 원칙과 데이터 이동 장벽 완화 등 양국의 경제 안보를 강화할 기술 공조의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 패권 경쟁에서 한미 양국이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려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쟁국들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지키고, 안보 동맹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글로벌 기술·시장 환경과 동떨어진 미국 플랫폼을 겨냥한 디지털서비스세 등과 같은 갈라파고스 규제가 대표적이다. 공정과 경제주권을 이유로 내건 규제가 디지털 경제를 갈라놓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해 혁신의 토양을 갉아먹고 기술 동맹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국가나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차별적 규제는 오히려 혁신을 위축시키고 동맹국 간 기술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첨단 기술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필수적인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마저 지연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디지털 무역 장벽이 경쟁국에 전략적 우위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복잡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는 사이 기술 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특히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 우위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해 경제·군사적 영향력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투명성과 사생활 보호를 외면한 채 데이터를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술 표준이 경제적·군사적 지배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기술 업계 사이에 규제 문턱이 늘어날 때마다 디지털 권위주의가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선물을 건네는 셈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의 성패가 안보와 경제 성장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규범부터 보조를 맞추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과감한 도전과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가 가능하고 혁신의 성과에 합당한 보상이 뒤따르는 건전한 규제 환경도 함께 조성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미국이 시대의 변화를 한발 앞서 내다보고 공동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칫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디지털 정책이 곧 국가 안보 정책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오랜 세월 이어온 동맹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와 안보를 해치려는 이들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 기회의 창은 결코 영원히 열려 있지 않다. 한미 양국이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을 토대로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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