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 기업 맞아?"…가격 넘어 기술력도 韓 넘본다[IFA2025]

공지유 기자I 2025.09.07 11:12:36

IFA 2025에 中기업 800곳 참가
RGB TV·마이크로 LED 기술 과시
로봇 등 차세대 제품도 中·中·中
韓, AI 기술·신제품 등으로 차별화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중국 기업 맞아?”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중국 대표 가전 기업들의 전시장을 둘러보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을 셀링 포인트로 삼을 거라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중국 기업들은 프리미엄 기술력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올해 IFA에 참가한 기업 약 1800곳 중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기업들만 약 800곳에 달할 정도로 중국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등 대표 기업들은 큰 규모의 부스에서 TV, 냉장고, 집사 로봇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중국 하이센스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미디어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RGB TV·마이크로 LED…中도 프리미엄 승부수

중국 하이센스는 5일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고 최신 RGB 미니 LED TV 기술을 소개했다. 앞서 하이센스는 지난 7월 RGB 미니 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RGB LED TV는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으로, 백색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기존 LCD TV와 다르게 적색·녹색·청색(RGB) LED를 백라이트로 활용하는 제품이다.

하이센스는 내년 출시할 RGB 미니 LED TV에서 LED 1개당 발광칩을 2개 사용하는 멀티 크리스털 RGB 칩셋을 통해 밝기를 기존 대비 20%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각각 조정해 깊은 명암 표현을 할 수 있는 ‘로컬 디밍’ 기술을 고도화했다.
중국 TCL이 IFA 2025에서 전시한 163형 ‘RGB 마이크로 LED’ TV.(사진=공지유 기자)
중국 TCL은 2억원대가 넘는 초고가 및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 TV를 ‘RGB 마이크로 LED TV’라는 이름으로 전시했다. 이는 LCD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하이센스의 RGB LED TV 제품과는 다른 제품으로, 차세대 기술로 불리는 ‘마이크로 LED’ 제품이다. 출시 가격은 16만유로로, 한화로 2억 6000만원이 넘어가는 금액이다. 중국 기업들이 더이상 저가 공세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 제품보다 더 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지향하려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로봇·스마트 안경 등 새 시장도 공격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전시장에서 중국 부스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K1(왼쪽)과 T1이 관람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영상=공지유 기자)
로봇과 스마트 안경 등 다양한 제품 형태(폼팩터)에 대한 시도도 공격적이었다. 올해 행사에는 특히 중국 로봇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거 출격했다. 부스터로보틱스는 최근 상용화를 시작한 1m와 1m 20㎝ 높이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데리고 이번 IFA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부스터로보틱스는 올해 세계로봇축구대회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주목을 받은 로봇 기업이다. 1m 크기의 아동용 로봇 K1의 가격이 1만3000달러(약 1800만원)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5’에서 중국 가전 기업 하이센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설 도중 올라와 데니스 리 하이센스 비주얼테크놀로지 사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하이센스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하이봇’을 무대에 세워 ‘RGB 미니 LED TV’에 대해 물어보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하이센스 전시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춤을 추는 ‘로봇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신 TV와 로봇을 앞세우며 ‘차세대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 IFA에서 스마트안경 제품도 곳곳에서 출품했다. TCL 등 대형 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안경을 전시했다. 중국 스타트업 인모(INMO)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로 모인 ‘IFA 넥스트’존에 부스를 꾸리고 제품들을 선보였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5’에서 중국 스타트업 INMO가 부스를 꾸리고 스마트안경을 전시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최신 제품 ‘INMO 에어(AIR)3’ 안경을 착용하자 렌즈에 스마트폰 촬영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함께 제공되는 조작 기기를 누르자 안경에서 바로 동영상 및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AI 번역 등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중국 기업들은 ‘AI 홈’ 비전도 제시하고 나섰다. 중국 하이얼은 전시장에서 전용 앱 h0n으로 가전을 연동한다고 소개했다. 유럽향 제품 70% 이상을 앱과 호환해 유럽 시장에서 개인화된 스마트홈 경험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시에 참가한 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관세 이슈 등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유럽에는 중국 브랜드들이 선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는 등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AI로 연결성 강조…신제품 예고도

국내 기업들은 빠른 속도를 격차를 좁혀 나가는 중국 기업들에 맞서 ‘초연결성’과 ‘안전성’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Ease(편리함) △Care(돌봄) △Save(효율) △Secure(보안) 등 네 가지 핵심 경험을 중심으로 한 AI 홈 경험을 강조했다. 생활가전 전반에서 AI를 통해 연결되는 범용성을 통해 사용자들이 인식하지 않고도 AI가 편리함을 제공해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5’ 개막 전날인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전시장 입구.(사진=공지유 기자)
LG전자도 AI 가전 신제품 25종을 선보이며 AI 홈 허브 ‘씽큐 온’을 통해 가전과 고객과의 교감 및 연결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또 중국 기업들과 기기에서 싸움을 하기보다는 웹OS 플랫폼 등 서비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년 초 RGB TV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출시한 115형 마이크로 RGB LED TV뿐 아니라 더 작은 크기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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