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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이 3주 만에 공연을 재개한 지난 1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로비에서 만난 공연 관계자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한 말이다. 갑작스럽게 문을 연 탓에 공연장은 썰렁했다. 1250석 규모의 대극장이기에 더 휑해 보였다. 하지만 공연을 다시 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제작사인 엠씨어터는 티켓 할인 등의 이벤트를 통해 관객들을 더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엠씨어터 측은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하게 공연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도 오랜만에 관객을 맞느라 분주했다. 이 곳에선 공연제작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머더발라드’가 다시 관객들을 맞았다. 이 작품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연 시작 1주일 만에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잠정 중단한 뒤,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4주 만에 가까스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날 300석 규모의 소극장인 S씨어터는 전석 매진됐다. ‘띄어앉기’로 인해 풀린 좌석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공연 관계자들은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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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극장을 빌렸다는 이유로 뜻하지 않은 휴식기를 가졌던 공연제작사들은 민간 공연장에서 ‘킹키부츠’(블루스퀘어), ‘베르테르’(광림아트센터), ‘캣츠’(샤롯데씨어터) 등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속앓이’를 해왔다. 3~4주씩 쉬다보니 피해 규모도 컸다. 공연계 관계자는 “회차당 페이를 지급받는 배우, 스태프들은 공연을 준비하되 수입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개관한 공공극장들은 어느 때보다 방역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지하 1층에서 먼저 극장 직원이 관객들의 발열 체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 티켓 부스가 있는 지하 2층에서는 관객들이 거리를 두고 줄을 서서 티켓을 찾은 뒤, 손소독제 이용과 문진표 작성을 하도록 했다. 무인 검표시스템으로 티켓 수표 과정에서 직원과 관객 간 대면 접촉도 없앴다. 충무아트센터에는 중구청, 중구문화재단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방역 실태 등을 직접 챙겼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공연제작사와 배우, 스태프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관계자는 “가뜩이나 객석 띄어앉기로 손해를 입은 상황에서 공연까지 중단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이번 주도 공연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공연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머더발라드’ 공연이 끝난 뒤 김소향은 “저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된 것보다 여러분이 저희에게 더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문진아도 “배우, 스태프들도 오늘 와준 관객과 모두 같은 마음”이라며 “어떤 때보다 더 많이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