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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근(33)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상품기획자(MD)는 성인 팔뚝보다 커 보이는 61cm의 대형 피규어(모형), 로봇 태권브이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 롯데마트 토이저러스가 국내 피규어 제작사인 오프로 스튜디오와 협업해 제작한 태권브이를 500개 한정 예약판매 한지 이틀만에 완판된 직후 김 씨를 만났다.
김 씨는 태권브이 세대가 아니다. 피규어 마니아도 아니다. 지난 4년간 롯데마트 부지개발팀에서 일하다 토이저러스MD로 발령난 것도 고작 7개월 전.
그래서 태권브이를 기획·판매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장난감 하나를 팔아도 ‘제대로 된 것’을 기획해보자”는 의욕에 전문가용 피규어에 발을 들이게 됐지만 쉽지 않았다. 마니아들의 피규어를 바라보는 ‘눈’, 그리고 제작자의 ‘장인정신’을 이해하기까지 100여 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규어 전문매장이 아닌 완구매장서 전문가용 피규어를 내다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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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를 통해 태권브이를 마니아층에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설득과 의지 때문이었다. 피규어 마니아층에서 입소문을 탄 피규어 제작 전문업체 오프로 스튜디오. 김 씨는 김태헌(38) 오프로 스튜디오 대표와 손잡기 위해 백방(百方)으로 뛰어다녔다.
김 대표는 “김 씨는 피규어 콜렉터도 (아니고) 이 바닥을 전혀 모르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저 돈 벌려고 온 사람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좋은 피규어를 상품화하려는 의지가 컸고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어느 순간 진심을 느끼게 돼 손을 잡게 됐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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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개의 댓글과 쪽지, 반응은 뜨거웠다. 피규어 마이아 층의 요청은 하나였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달라.’ 앞서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태권브이를 현대식으로 변형한 피규어를 선보였다. 김 씨는 “태권브이 마니아층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원작에 충실하거나 관절이 많은 세련된 태권브이를 원하거나. 이들의 니즈(욕구)에 맞는 피규어를 기획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그리고 따라 붙은 요청이 ‘오프로 스튜디오에 제작을 맡겨달라’ 였다. 김 씨와 김 대표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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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마니아층이 아닌 분들도 태권브이를 보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앞으로도 제2, 3의 태권브이를 계속 기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