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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성명을 ‘적대적 두 국가’와 ‘영토주권론’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 사이의 현안을 외교문제를 다루는 외무성이 발표했다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나 국방위원회 정책국, 조선인민군 등에서 남북문제를 다뤘지만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정책화하면서 대남·통일 관련 부서와 기구를 폐지하고 김여정과 외무성이 대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외무성 성명에서 남북관계를 “사소한 관용이나 양보, 묵과도 허용되지 않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관계”로 규정함으로써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지향의 잠정적 특수관계’는 더 이상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둘째, MDL을 ‘남부국경’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전협정을 무력화했다는 점이다. 정전협정에는 MDL 이남과 이북에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두고 4km의 비무장지대(DMZ)를 완충구역으로 설정했다. 북한이 MDL을 국경선으로 전환하고 ‘국경강화사업’을 지속하면서 군사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선이 차단된 가운데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경우 우리 경제에 부담(지정학적 리스크)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셋째, 북한이 ‘영토주권론’을 내세우고 “철저한 힘의 행사로 주권영역을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남과 북 사이의 영토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육상의 경우 정전협정에 규정된 MDL을 남북국경으로 변경해 ‘국경선 요새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전협정 체결 당시 경계선을 명확히 하지 않은 해상의 경우 북한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을 영해로 선포할 경우 이를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당시에는 북한이 우리가 설정한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고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이후 해상경계선과 관련한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고 우리는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그들이 설정한 ‘경비계선’을 새로운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강력한 NLL 수호의지로 실효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다. 향후 북한이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하고 나올 경우 이를 둘러싼 갈등과 군사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한 것에 입각해 보면 북한이 주장하는 남부국경은 대한민국 영토 안에 획정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선’을 의미한다.
이같이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한 헌법적·물리적 조치들은 남북관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의 남북관계와 북한을 지난 시기의 인식 틀과 방법론으로 경로 의존적으로 보려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정은 시대 달라진 북한의 본질을 꿰뚫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외교안보부처와 군 사이의 정보공유와 정책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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