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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는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아이…그래서 더 불쌍했죠”
최예림은 “작년 초연 당시에는 음악을 소화하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면 공연을 거듭할수록 살로메라는 인물에 점점 녹아들었다”며 “나중에는 살로메가 불쌍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 중 살로메는 극단적인 인물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세례자 요한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의 머리를 요구한다. 최예림 역시 처음에는 이 인물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식 밖의 행동인데 이걸 그렇게 접근하면 제가 굉장히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 들더라”면서 “과거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저를 떠났을 때 느꼈던 분노와 상실감을 떠올리면서 배역의 감정에 접근했다”고 짚었다.
공연을 거듭하면서 살로메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살로메를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사랑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인물로 해석했다. 최예림은 “정말 사랑도 못 해본 친구고,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라면서 “‘내가 정말 사랑을 받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극 중 하이라이트는 살로메가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해당 신에서 살로메는 요한의 잘린 머리를 향해 악담을 퍼붓다가 입을 맞춘다. 최예림은 “처음에는 머리 조형물이 진짜 무겁고 징그러웠다”면서도 “연기를 하다보니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렇게 떠나서 결국 여기 왔구나’라고 생각이 바뀌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있잖아요. 누군가를 짝사랑했던 기억도 있고요. 살로메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에서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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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창극의 주연으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던 셈이다. 그는 “초연 때는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면서 공연은 다가오는데 스스로 만족할 만큼 완성되지 않았고 목도 많이 쉬어서 ‘해낼 거야’라는 마음보다 ‘못 해낼 것 같다’는 마음이 더 컸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김준수 배우와 함께 더블 캐스팅된 것은 다소 부담이었다고. 국립창극단 소속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창극 배우로 높은 인지도를 쌓은 김준수와 같은 배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준수 씨를 원래부터 좋아했다“면서 ”소리도 너무 좋고 남성 창극을 하는 모습도 멋있었는데 그런 분과 제가 더블이라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티켓 판매도 걱정됐고 비교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준수는 오히려 그런 최예림에게 큰 힘이 됐다. 초연을 앞두고 매일 연락해 상태를 물었고, 노래가 어려운 부분은 함께 해결책을 찾았다. 최예림은 ”정말 매일같이 연락해서 ‘누나 오늘 마음 상태는 어때요?’라고 물어봤다“면서 ”‘누나는 누가 봐도 살로메 같고, 풍기는 기세 자체가 살로메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주는 등 정말 많은 응원을 해줬다“고 했다.
김준수에게서 배운 부분도 많았다. 특히 요염함과 몸의 표현이었다. 그는 ”연기할 때 준수 배우님이 오히려 저보다 요염함이 더 있더라“면서 ”걷는 것도 허리를 더 섞고, 엉덩이를 더 빼고, 손끝으로 상대를 살짝 터치하는 것 같은 표현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어쨌든 여자로서의 살로메와 남자로서의 살로메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준수 배우님이 여자 역할을 정말 잘하지만 여자가 실제로 표현하는 기세와 느낌은 또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나의 살로메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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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림의 음악적 출발점은 국악 중에서도 가야금 병창이다. 그는 ”가야금을 딱 뜯었을 때 나는 현의 소리가 너무 좋아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다“면서 ”가야금 병창은 앉아서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해야 하는 장르이지만, 저는 관객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무대에도 욕심이 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창극뿐 아니라 밴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다만 국악이라는 자신의 뿌리는 놓지 않았다. 그는 ”형태가 어떻게 됐든 국악이라는 베이스는 항상 간직하고 싶다“면서 ”국악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예림은 국악의 대중화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과거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랩을 자신의 이야기와 결합해 국악으로 표현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판소리만 들으면 요즘에는 가사도 어렵고 낯설 수 있다“면서 ”저도 소리를 배우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가 있을 정도인데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조금씩 섞어보고 싶었다“고 짚었다.
올해 하반기에도 최예림의 도전은 이어진다. 연말에는 개인 싱글 앨범을 통해 신곡을 밴드 버전과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버전으로 각각 선보인다.
그는 ”국악인으로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게 EDM 페스티벌처럼 수많은 관객 앞에서 우리나라 국악기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였다“면서 ”과거 아이돌 그룹과 협업한 곡이 850만회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해외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외국인들이 판소리 부분을 녹음해서 저한테 인스타그램 DM으로 많이 보내줬다. ‘판소리가 뭔지 처음 알았다’, ‘너무 신기하다’, ‘이 옷은 한복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미소 지었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국악을 해외에 알릴 기회라고 봤다. 최예림은 ”지금 K컬처가 이렇게 퍼져 나가고 있을 때 국악적인 색감을 더 강하게 내서 해외에 나가보고 싶다“면서 ”공연을 마치고 난 뒤 관객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좋고, ‘내 안에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즐겁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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