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약 28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조300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40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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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클루리의 성분인 렘데시비르는 생체 내 대사 과정에서 활성 상태인 ‘아데노신 뉴클레오타이드 삼인산 유사체’(GS-441524)를 생성한다. 이 물질이 바이러스 리보핵산(RNA) 중합효소인 리보뉴클레오타이드의 작용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RNA에 작용하는 세부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길리어드는 당초 C형 간염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개발됐고, 이후 출혈열 바이러스로 알려진 에볼라바이러스 및 마르부르크바이러스를 비롯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2013~2016년 사이 베클루리는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활용됐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베클루리는 유럽연합, 미국, 호주, 일본 등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제로 긴급 사용 승인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에서 증등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베클루리가 긴급사용 승인돼 있다. 그 결과 2021년 렘데시비르의 매출은 55억6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6조360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베클루리가 가진 코로나19를 일으킨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억제하는 효과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정맥주사 방식으로 주사하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 베클루리의 치료 시점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길리어드 측은 지난해 11월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유일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였던 베클루리를 경구용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서 일부 효능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소 연구진이 산소호흡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베클루리의 임상 3상에서 별다른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유럽 5개국에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계 호흡이 필요한 환자 843명을 대상 중 투약군(420명) 중 상태가 호전된 사람이 30%이었으며, 위약군(423명) 중에서는 약 32%의 환자가 호전됐다. 사실상 베클루리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베클루리의 코로나19 관련 매출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머크(MSD)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을 각각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 긴급 사용 승인했기 때문이다. 두 약물은 EU, 한국 등 주요국에서 조건부 허가. 긴급 사용 승인 등을 획득했다.
라게브리오는 SARS-COV-2의 RNA 대신 삽입되는 방식으로 사멸을 유도하는 항바이러스제다. 팍스로비드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3CL 프로테아제’를 차단해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